[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최가온이 올림픽 역대급 부상 투혼의 신화를 썼다.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보던 하프파이프 결선 1차 런(run)에서 보드가 립(lip;파이프 벽 가장 위쪽 끝)에 걸려 앞으로 굴렀다. '큰 부상'을 염려할 만큼 하드 슬램(hard slam;큰 충돌)이었다. 2차 런에선 트랜지션(transition;바닥에서 벽으로 넘어가는 곡선 구간)에서 넘어졌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마지막 3차 런에서 역전드라마를 쓰며 최가온의 시대를 열었다.

최가온의 투혼은 과거 올림픽에서 쓰여졌던 부상 투혼의 드라마들을 소환했다. 유도 무제한급의 야마시타 야스히로(일본)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안고 금메달을 땄다. 공격을 최소화하고 상체 힘과 균형감각에 의존해 목에 건 금메달은 일본 유도의 상징으로 남았다. 커트 앵글(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목뼈 2개가 골절됐다. 마비 위험을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 자유형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땄다. "목뼈가 부러진 채로 딴 금메달"이라고 고백한 그 말은 전설이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영웅 그렉 루가니스(미국) 역시 역전의 용사로 유명하다. 다이빙 예선에서 머리를 스프링보드에 부딪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고 다시 올라선 3m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을 땄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서 나선 케리 스트러그(미국)는 도마 1차 시기 착지 과정에서 발목 인대가 크게 손상됐다. 코치의 재도전 지시에 따라 2차 시기에 나서 거의 한 발로 도마를 밟고 도약했지만 착지 직후 쓰러졌다. 당시 미국은 이미 금메달을 확보한 점수 차였고 스트러그의 2차 도마가 없어도 우승이 확정됐던 것으로 알려져 불필요한 위험을 10대 선수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일었다.
최가온은 경기 후 "1차에서 넘어지고 나서 어디 하나 부러진 줄 알았다"며 "월드컵이었으면 포기했을 것 같은데 올림픽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시상식에선 다리를 절뚝였다. "지금 당장은 무릎이 좀 아프다"고 말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인대 파열이나 골절 같은 진단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최가온은 2024년 스위스 락스에서 훈련 중 척추 골절을 당해 핀을 넣는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 거의 1년을 보냈다. 17세 나이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정신적 상처를 입었음에도 생애 첫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불꽃 투혼을 발휘했다. 그의 이름처럼 세계 여자 스노보드의 '중심'이 섰다. 최가온은 태극기를 두르고 세계에 외쳤다. '이게 K-투혼이야'라고. 온 세계 보더들은 속으로 이렇게 되뇌이지 않았을까. '최가온, 넌 도대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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