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3사, 대표급·본부장급 등 직급별 모임
월 최대 9차례 모임 통해 가격 변경 시기·폭 논의
"식료품 구매 소비자가 피해"
주병기 "밀가루·전분당·계란·돼지고기 등 담합 신속 처리"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가격을 4년 넘게 담합한 혐의를 받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대해 과징금 4083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3사는 대표급·본부장급 등 직급별 모임과 연락망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가격 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고, 조사 내용을 공유하는 등 공동대응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설탕 제조·판매 3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 총 4083억원을 부과하고,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 수준은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총액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다. 사업자 당 평균 과징금(1361억원) 수준으로는 가장 많다. 앞서 2010년 공정위는 6개 LPG 공급회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음료·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에 적용되는 설탕 공급가격의 변동폭과 시점 등을 합의했다.
설탕 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까지 세워 국가가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에게 보장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원자재 성격도 있어 다른 품목의 가격 인상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른바 진입장벽이 높다는 성격을 이용해 해당사들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우선 3사는 원당(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는 반대로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인하 폭을 원당 하락폭보다 작게 하거나 인하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가격 하락을 지연시켰다.
가격 담함을 위해 3사가 조직적으로 협력한 정황도 확인됐다.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했고, 직급별 모임과 연락망을 통해 담합을 관리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실제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합의했고, 영업임원이나 영업팀장들은 월 최대 9차례 모임을 통해 가격 변경 시기·폭, 거래처별 협의 시점 등을 논의했다.
이와 같이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을 진행해 '실패 없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3사는 2007년에도 같은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담합을 감행했고, 공정위가 2024년 3월 현장조사를 시작한 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며 조사 정보 공유, 공동대응을 논의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주 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에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합은 공정한 경쟁질서의 근간을 훼손하고 다수의 경제 주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해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이루어져야 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인식이 사업자들에게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