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회사 매출 성장, 흐름 전환점
필리핀·미얀마·파키스탄 영업이익률은 달라
국내는 슬림화, 해외는 확장
2026년, 실적 회복 시험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롯데칠성음료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음료·주류 시장 침체로 연결 기준 실적이 부진했지만해외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성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향후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8,9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음료 부문은 탄산·주스·커피 전반에서 판매가 줄었고 주류 부문 역시 소주와 맥주 모두 수요 둔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칠성 측은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지속되는 경기 침체 및 내수 부진, 날씨 변동성 확대, 주요 판매 채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음료 및 주류 판매량이 줄며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특히 4분기는 희망퇴직 및 장기 종업원 급여 관련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발생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 외형은 필리핀, 이익은 미얀마
반면 해외 사업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해외 자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음료와 주류 판매가 확대됐고, 현지 유통망 안정화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롯데칠성음료의 해외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국가는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인구 규모가 크고 평균 연령이 낮은 데다 열대 기후로 음료 소비가 구조적으로 많은 시장으로 평가돼 일찍부터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롯데칠성음료는 단순 수출이 아닌 현지 병입·유통망을 확보한 필리핀펩시(PCPPI)를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보고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3년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그 결과 필리핀 법인은 연 매출이 1조 원을 웃도는 대형 사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콜라 시장을 둘러싼 코카콜라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 군도 국가 특성에 따른 물류 비용 부담, 노후 설비에 따른 비효율 구조가 겹치며 영업이익률은 1%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공장 통폐합과 자동화 등을 포함한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수익성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사이 미얀마 법인은 롯데칠성음료 해외 사업의 '효자'로 떠올랐다. 미얀마는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소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에너지음료와 탄산음료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현지에서 에너지음료 '스팅(Sting)'과 탄산음료 '펩시콜라'를 투트랙으로 운영하며 성과를 냈다. 스팅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레드불·몬스터와 달리 대중 시장을 공략하며 높은 회전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여기에 펩시 브랜드에 대한 기존 인지도가 높아 마케팅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생산 물량 대부분을 현지에서 소비하는 구조 덕분에 물류·환율 리스크도 제한됐다. 현재 얀마 법인은 2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해외 사업 전체의 수익성을 떠받치고 있다.

◆ 국내는 다지고, 해외는 키운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사업에 대한 비용 효율화와 해외 사업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 실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초 영업조직 통폐합을 통해 전국 영업망을 재정비하고 중복 조직을 축소했다. 국내 사업의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이렇게 확보한 여력을 해외 성장에 재투입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러한 기조는 2026년 사업 가이던스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음료 부문은 비용 효율화 효과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35.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해외 사업 역시 16.6%의 이익 성장이 제시되며 외형과 수익을 동시에 키우는 성장 축으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메가 브랜드 육성과 지역별 '화이트 스페이스' 공략을 통해 해외 매출 확대에 나서는 한편 음료는 건강·기능성 제품과 친환경 패키징을 강화하고 주류는 현지 소비 트렌드에 맞춘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2026년 연결 기준 매출 4조1000억 원, 영업이익률 4%대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해외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설 경우 중장기 실적과 기업가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고정비 절감 효과와 해외 법인 실적 기여도 확대가 본격화되는 2026년에는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음료·주류는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해외 사업은 필리핀 법인의 경영 효율화 프로젝트 종료를 계기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