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1년 계약이라도 받아야 한다. 자존심이 상해도 그래야 한다."
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가 FA(자유계약선수) 미아 상태로 떠도는 손아섭에게 직언을 했다. 1년 선배이자 절친으로서 건넨 위로의 말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대신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강정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King Kang' 라이브에서 손아섭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한화가 마지막 제안을 했다는데, 경기에 뛰고 싶다면 어쩔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선 그걸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못 박았다. 이미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가운데 유일한 미계약 FA인 손아섭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에서 나온 말이다.
논리는 명확했다. 첫째, 시장 구조. 손아섭을 데려가려면 전년도 연봉의 150%에 해당하는 보상금 7억5000만 원을 감수해야 한다. 나이, 최근 퍼포먼스, 샐러리캡까지 감안하면 그 금액을 안고 38세 외야수를 데려갈 팀은 거의 없다는 게 강정호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 외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구단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강정호의 조언은 1년 단기계약에 연봉이 대폭 삭감되더라도 한화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강정호는 "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누가 다치거나, 트레이드가 나오고, 기회가 온다"며 "그때 '손아섭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보여주고, 시즌 끝난 뒤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들어가서, 안에서 판을 뒤집으라는 주문이다. KBO리그 통산 최다인 2618안타를 기록 중인 손아섭은 전인미답의 3000안타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강한 문장은 따로 있었다. "은퇴라고 말하는 순간 진짜 끝이다." 강정호는 은퇴 카드를 절대 입 밖에 꺼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금처럼 팀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은퇴하겠다"는 말을 던지는 건, 스스로 복귀 루트까지 잘라버리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신 "올해 결과가 조금 아쉬워도, 마지막 은퇴 투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시즌은 만들 수 있다"며 한 시즌만 더 버텨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렇다고 후배를 깎아내린 건 아니다. 강정호는 손아섭을 두고 "에너지 넘치는 선수, 루틴과 자기 관리가 확실한 선수"라고 칭했다. 탄수화물 관리, 몸 관리, 준비 과정에서 후배들이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짚으면서, "그래서 더 아쉽다. 이런 선수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냉정한 현실 진단 뒤에,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사람의 애정이 따라붙은 셈이다.
결국 강정호의 메시지는 FA 제도 비판이 아니라, 그 안에서 몸으로 버텨야 하는 후배에게 건네는 생존 매뉴얼에 가깝다. 시장은 이미 차갑게 식었고, 모든 게 손아섭에게 불리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1년을 더 버티며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는 것. 이제 공은 한화의 최종 제안서를 쥐고 있는 손아섭의 손에 남았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