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페르난데스, 3선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배치
맨시티·아스널·풀럼 꺾고 3연승 질주···어느새 리그 4위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철학을 가장 가까이에서 배웠던 마이클 캐릭 임시 감독과 함께, 팬들이 기억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습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캐릭 감독이 지휘하는 맨유는 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풀럼과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맨유는 최근 리그 3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성적 11승 8무 5패(승점 41)를 기록, 단숨에 리그 4위까지 올라섰다.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47)와의 승점 차도 6점에 불과하다. 현재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맨유는 2022-2023시즌 리그 3위 이후 3년 만에 EPL 톱4 복귀를 현실적인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맨유는 EPL 우승 13회를 포함해 잉글랜드 1부리그 통산 20회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이다. 그러나 2013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마지막 리그 우승을 남기고 은퇴한 이후, 맨유는 오랜 기간 정체와 하락을 반복해 왔다.
퍼거슨 이후 12년 동안 맨유는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 판할, 주제 무리뉴, 올레 군나르 솔샤르, 에릭 텐하흐, 후벵 아모링까지 무려 6명의 정식 감독과 5명의 감독대행 체제를 거쳤다. FA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이라는 성과는 있었지만, EPL 정상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구단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인물은 포르투갈 출신의 후벵 아모림 감독이었다. 아모림 감독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스포르팅 CP를 이끌며 19년 만의 리그 우승, 13년 만의 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진출, 프리메이라리가 3시즌 우승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쌓아 차세대 명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맨유에서의 시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구단은 아모링에게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며 리그에서 검증된 자원들을 안겼지만, 그는 자신의 '플랜 A'였던 3백 전술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3선에 기용하는 등 선수들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전술 선택도 논란이 됐다. 그 결과 맨유는 지난 시즌 UEL 준우승에 그쳤고, 리그에서는 15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맨유는 2025-2026시즌을 다시 아모링 체제로 출발했다. 경기력은 다소 개선되는 듯했지만, 기복은 여전했다. 결국 결정타는 성적이 아닌 내부 갈등이었다. 아모링 감독은 원하는 선수 영입이 이뤄지지 않자 보드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이른바 '기싸움'으로 불리는 행보가 이어졌다. 맨유 수뇌부는 더 이상의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아모링을 경질한 뒤 구단 레전드 미드필더 출신인 마이클 캐릭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아모링은 최종적으로 25승 15무 23패, 승률 39.68%를 남기고 팀을 6위에 둔 채 떠났다. 캐릭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분명했다. 흔들린 팀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이었다. 이미 2021년 솔샤르 감독 경질 당시 감독대행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캐릭은 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변화는 빠르게 이뤄졌다.

캐릭 감독은 아모링 체제에서 사용되던 3백과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3선 기용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브루노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올렸고, 브라이언 음부모를 원톱에 배치했다. 수비 시에는 4-4-2 형태로 전환하며 안정감을 더했다.
전술 변화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캐릭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맨유는 2-0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어 선두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3-2 승리를 챙기며 상승세를 탔고, 풀럼전에서는 베냐민 세슈코의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로 3연승을 완성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 브루노 페르난데스였다. 본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온 그는 아모링 감독 경질 이후 최근 5경기에서 무려 6도움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풀럼전에서도 카세미루의 선제골과 세슈코의 결승골을 모두 정확한 크로스로 도우며 2도움을 추가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시즌 12도움으로 리그 도움 1위를 질주 중이다. 2위 라얀 셰르키(7도움)와의 격차도 크게 벌렸다. 캐릭 체제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풀럼전 승리 후 캐릭 감독은 "팬들이 기대와 열정을 품고 경기장을 찾고, 그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오늘 팬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귀가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는 앞서 나가지 않으려 한다. 정말로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오늘보다 더 잘할 수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함께한 시간이 아직 3주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팀을 더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3연승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언젠가는 조금 더 편안한 승리를 거두고 싶다. 다만 오늘처럼 극적인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에너지를 팀과 주변에 전해준다"라고 말했다.
캐릭 감독 체제에서 최고의 흐름을 타고 있는 맨유는 다음 경기에서 토트넘을 홈으로 불러들여 4연승에 도전한다. 맨유는 2022년 10월 올드 트래퍼드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 토트넘을 상대로 8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캐릭 감독이 토트넘이라는 최대 고비를 넘어서며 '진짜 반등'을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