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차기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공식 지명되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워시 지명자는 인플레이션과 과도한 양적완하에 비판적인 대표적 '매파' 인물로 꼽히며, 그의 등장은 엔저 재개와 일본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는 과거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불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인플레이션 압력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국채 매입 축소와 긴축적 정책 운용을 강조해 왔다.
시장에서는 이런 성향이 반영될 경우, 미국이 무리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체제의 연준은 시장 안정과 물가 억제를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매파 성향의 의장 지명은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안도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고,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도는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달러 매도와 장기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은 일본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미일 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며 엔저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시 지명 이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4엔대 후반까지 약세를 보였다.
국채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오키 수석 전략가는 "미국에서 장기금리 상승이 두드러지는 흐름이 일본에도 파급될 경우, 특히 초장기 일본 국채 금리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기물 금리는 오르고 단기물 금리는 하락하는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난 점도 일본 금리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고노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일본은행(BOJ)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멈추거나 다시 긴축 쪽으로 기울 경우, 일본만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 엔저가 더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추가로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노는 "이 때문에 BOJ가 금리 인상 속도를 기존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워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금리 인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도카이도쿄증권의 사노 가즈히코 수석 채권 전략가는 "정치적 압박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기존보다 완화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차대조표 축소는 세계 중앙은행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레짐 체인지'에 해당하는 만큼, 단기간에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증시에서는 완화 기대보다 긴축 전환 경계가 앞서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고, 금 가격 역시 급락했다. 이런 흐름은 일본 주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저가 수출주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미국 증시 조정과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일본 증시의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워시의 발언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 그리고 실제 연준 정책 방향을 가늠하려는 탐색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엔저와 금리 상승 압력이 일본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