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패소 시 '220조 원' 환급 대란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광범위한 보편 관세의 운명을 결정지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일단 뒤로 미뤄졌다. 전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이 주목했던 사안인 만큼, 대법원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은 판결 선고일(Opinion Day)인 9일(현지시간) 오전, 형사 피고인의 교도소 형량과 관련된 단 한 건의 판결만을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합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포함되지 않았다.
◆ '운명의 날' 기대했으나 다음 일정 미정
미 대법원은 통상 사전에 어떤 사건의 판결을 내릴지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이 판결일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11월 구두 변론을 마친 관세 사건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현재 대법원은 다음 판결 발표일을 확정해 공지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대법관들은 다음 주 별개의 사안들에 대한 변론을 청취할 예정이며, 관세 판결은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쟁점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여부
이번 소송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한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마약(펜타닐) 유입 차단 등을 명분으로 수입품에 10~50%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기업들과 12개 주는 이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헌적 조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구두 변론 당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상당수 대법관이 정부 측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어, 정부 패소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행정부 패소 시 '220조 원' 환급 대란
만약 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기업들에 돌려줘야 할 관세 환급금이 최대 1500억 달러(2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스트코를 비롯한 1000여 개 기업이 이미 환급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선제적 소송에 나섰으며, 일부 소기업은 자금 확보를 위해 환급 청구권을 헤지펀드에 헐값에 매각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관세 부과 능력을 잃는 것은 미국에 끔찍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월가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이 관세 정책 전반을 뒤엎는 전면 무효화보다는,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할 수 있는 관세의 범위와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절충형' 판결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미국 행정부의 통상·제재 수단 운용과 의회 권한, 나아가 글로벌 교역 질서에 장기적인 변화를 촉발할 '게임 체인저'가 될 공산이 크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는 분위기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