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효과 톡톡...음식 넘어 관계까지 영어권 이식
[서울=뉴스핌] 정태이 인턴기자 =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인 '선배(sunbae)', '아줌마(ajumma)' 등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정식 등재됐다. 기존에 '김치(kimchi)','불고기(bulgogi)' 등 음식 관련 용어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이제는 한국 특유의 서열 문화와 유대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영어권에서 고유 명사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이끈 핵심 동력으로 K-드라마의 전 세계적 흥행을 꼽는다.
◆영어권 일상 파고든 'K-호칭'… 옥스퍼드 말뭉치가 입증했다
9일 영국 옥스퍼드사전(OED)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에서 '해녀(haenyeo)', '선배(sunbae)', '빙수(bingsu)', '찜질방(jjimjilbang)'등 한국 문화와 관련한 단어 8개가 새롭게 추가됐다. 지난 2021년도에 '대박(daebak)' 등 26개 단어가 등재된 데 이어 전년도에도 '달고나(dalgona)', '막내(maknae)'. '떡볶이(tteokbokki)' 등 8개 단어가 입성하며 한국어의 위상을 증명했다.

특히 일본어에서 유래한 '라멘(ramen)'과 일본 해녀인 '아마(ama)'가 선점하고 있던 분야에 한국식인 '라면(ramyeon)'과 '해녀(haenyeo)'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는 한국 문화가 특정 문화의 아류가 아닌 독자적인 정체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시사한다.
1884년 첫 출간 이후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통하는 OED는 등재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위진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연구관은 "옥스퍼드 사전은 외부 요청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히 독자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국가 기관조차 그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 연구관에 따르면 옥스퍼드 측은 자체 구축한 방대한 '말뭉치(Corpus,언어 데이터 집합)'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등재 후보를 선정한다. 신문 기사와 학술 논문, 문학작품 등 주요 분야별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 빈도·문화적 추이·중요성 등이 입증돼야 사전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또 연구관은 "한국 측의 요청이 아니라 영어권 사용자들이 이미 일상에서 해당 단어들을 활발히 쓰고 있다는 통계적 근거가 등재의 핵심"이라며 "한국어 호칭이 영어권 문화 안에서 하나의 '다양성'으로 오롯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영어의 빈틈 메운 'K-관계'… 사회학적 전이 현상 가속화
전문가들은 사물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확장된 이번 등재를 '사회학적 현상'으로 풀이한다.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K-콘텐츠를 접하는 외국인들의 귀에 한국어 특유의 호칭이 반복 노출되면서 각인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영어권의 '시니어(Senior)'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의 선배나 막내가 가진 독특한 정서와 유대감이 그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특징으로 다가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수평적 문화권인 서구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통해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위계적 관계를 목격하며 정서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한국식 관계 맺기 방식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소통 방식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전 편찬 당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국어사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 연구관은 "사전 편찬자로서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신조어를 적시에 발굴하겠다"며 "우리말이 세계적인 문화 요소로 확고히 정착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