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연구진이 천식과 류머티즘 관절염, 꽃가루 알레르기 등 만성 염증성 질환에서 염증을 장기화시키는 공통 분자 기전을 밝혀냈다. 염증 부위에 면역세포를 붙잡아 두는 핵심 전사인자로 'HLF'를 특정하고, 이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가능성을 제시했다.
2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지바대 연구팀은 반복적인 자극으로 폐에 만성 염증을 유도한 실험용 쥐를 분석한 결과, 염증 조직에 오래 머무는 CD4⁺ T세포에서 HLF 활성이 유독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D4⁺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조율하는 핵심 보조 T세포다.
HLF는 T세포 표면 분자인 CD69 등의 발현을 증가시켜 세포가 조직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혈류나 림프절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수용체 발현은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성 염증을 유지하는 조직상주 기억 T세포 프로그램의 핵심 조절 스위치를 HLF가 쥐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HLF를 만들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한 쥐에서는 폐 조직에 남는 조직상주 기억 T세포 수가 크게 줄었고, 점막 손상과 섬유화 등 만성 염증 소견도 뚜렷하게 완화됐다.
이번 발견은 동물 실험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이 호산구성 만성 부비동염 등 상기도 염증 환자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염증 부위에서 HLF를 강하게 발현하는 CD4⁺ 조직상주 T세포가 다수 확인됐다. 이들 세포는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많이 분비하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히라하라 기요시 교수는 "조직상주 T세포가 알레르기·자가면역 질환에서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분자적 스위치를 HLF라는 하나의 인자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HLF 기능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되면, 전신 면역을 무차별적으로 억제하는 기존 치료를 대체할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가 기초·전임상 단계인 만큼,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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