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돈 써야 '보상 쿠폰' 사용 가능…반성 없어"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쿠팡이 3370만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30일 만에 1인당 5만원의 포인트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이번 보상안이 피해 국민들을 기만한 꼼수 판촉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34개 개인·시민단체가 모인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은 2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쿠팡 이츠, 쿠팡 트래블 등 각 플랫폼에서 돈을 써야 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보상이냐 판촉행위냐"고 지적했다.

전일 쿠팡은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날 연이어 1인당 5만원씩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내놓으며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김 의장 사과문에 쿠팡 산재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과 1인당 5만원 보상안이 쿠팡 플랫폼 별로 각각 나눠 지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시민단체의 공분을 샀다.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 이츠 5000원, 쿠팡 트래블 상품 2만원, 쿠팡 알럭스 상품 2만원으로 구성됐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은 "쿠팡 보상안을 들여다보니 가관"이라며 "쿠팡 물건을 사야만 쓸 수 있는 그냥 쿠폰을 지급하는데 이는 기만이자 꼼수"라고 지적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이게 보상이냐 연말연시 쿠팡 판촉 행위냐"며 "쿠팡은 이전에도 일상적으로 할인쿠폰을 뿌려왔고 그 책임은 배달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지어왔다"고 짚었다.
이어 "쿠팡 탈퇴 시민들을 막고자 판촉을 보상으로 둔갑시킨 행태"라고 재차 비판했다.
손은정 영등포산업선교회 목사는 "쿠팡은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이름에 유래했는데 지금도 반성은 하지 않고 이름처럼 미끼가 되는 쿠폰을 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

언론 보도로 드러난 쿠팡 산재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 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고 장덕준씨가 열심히 일한 기록을 내부에서 은폐하도록 지시했고, 이 사실이 최근 밝혀지며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쿠팡은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하고 죽은 아들을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죽은 미련한 노동자로 둔갑시켰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쿠팡의 비열한 행동이 이해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 산재 신청과 민사 소송을 하며 모든 것을 잃었지만 김 의장 사과문에는 본인이 저지른 산재 은폐에 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더라"며 "국회 청문회에서 김 의장과 쿠팡의 문제를 낱낱이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2021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최성낙씨의 아들 최재현씨는 쿠팡이 산재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쿠팡은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 근무 시간이 과하지 않았다. 사망에 있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소송을 걸었다"며 "이 소송으로 가족들은 끝났다고 믿었던 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산재로 인정됐는데 쿠팡은 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 거냐"며 "기업이 책임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호소했다.
과로로 숨진 쿠팡 택배노동자 고 오승영씨 유가족은 "연속 새벽 노동, 끝없는 장시간 노동, 인간 한계를 넘는 과로가 죽음의 원인"이라며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도 쉬지 못하고 새벽 배송에 나서야 했는데 이게 정상적인 노동이냐. 사고가 아닌 살인적 노동환경이 만들어 낸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들은 쿠팡 본사 정문에 '범죄기업 쿠팡', '불법기업 쿠팡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라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김범석 의장 처벌과 쿠팡의 공정거래 파괴 행위 규제, 유가족 사과 등을 요구했다.
chogi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