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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세계 671위' 키리오스, '여자 1위' 사발렌카와 성대결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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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렌카 "다시 한번 맞붙어 복수하고 싶어"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671위에 머물러 있는 닉 키리오스(호주)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상대로 열린 이색 이벤트 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다.

키리오스는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 이벤트 매치에서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0(6-3, 6-3)으로 제압했다. 남녀 프로 테니스 선수가 맞붙는 이른바 '성(性) 대결'은 테니스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벤트로, 이번 경기는 사상 네 번째로 성사됐다.

[두바이 로이터=뉴스핌] 키리오스와 사발렌카가 성대결에서 맞붙고 있다. 2025.12.29 wcn05002@newspim.com

앞서 1973년 마거릿 코트(호주)와 보비 리그스(미국)의 대결, 같은 해 빌리 진 킹(미국)과 리그스의 경기, 그리고 1992년 지미 코너스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이상 미국)의 맞대결이 열렸다. 이 가운데 여자 선수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이는 빌리 진 킹이다. 당시 29세였던 킹은 55세의 리그스를 상대로 3-0(6-4, 6-3, 6-3) 완승을 거두며 테니스 역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2년 경기에서 코너스와 나브라틸로바의 나이 차이는 5살이었고, 이번 두바이 대결에서는 키리오스가 사발렌카보다 3살 많은 상태에서 코트에 섰다. 다만 남녀 체력 차이를 고려해 이번 경기 역시 남자 선수에게 불리한 규칙이 적용됐다.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의 크기는 일반보다 9% 줄었고, 두 선수 모두 세컨드 서브 없이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실점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강한 서브가 중요한 남자 선수에게는 분명한 제약 조건이었다.

또한 경기는 3세트 매치로 구성됐으며, 마지막 3세트는 10점을 먼저 획득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타이브레이크 형식으로 치러지도록 규정됐다. 경기가 열린 장소는 1만7000석 규모의 코카콜라 아레나로, 최고가 입장권은 800달러(약 115만 원)에 달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 키리오스의 세계 랭킹은 60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과거 이력만 놓고 보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는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에는 세계 랭킹 13위까지 올랐던 정상급 선수였다. 다만 최근 손목과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투어를 떠나면서 랭킹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맞선 사발렌카는 명실상부한 현 여자 테니스 최강자다. 올해 US오픈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고,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만 네 차례를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두바이 로이터=뉴스핌] 키리오스와 사발렌카가 성대결에서 맞붙고 있다. 2025.12.29 wcn05002@newspim.com

경기 내용에서는 키리오스가 경험과 파워를 앞세워 흐름을 주도했다. 그는 1세트와 2세트를 모두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사발렌카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키리오스는 "상당한 긴장감을 느꼈고 정신적으로 단단히 준비해야 했다"라며 "이번 대결이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데 있어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패배한 사발렌카 역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년 1월 열릴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준비 과정이었다"라며 "다시 한번 키리오스와 맞붙어 복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의 전술과 강점, 약점을 더 잘 알게 됐다. 다음에는 훨씬 더 나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해외 주요 언론들의 평가는 다소 냉담했다. ESPN은 "이번 경기는 과거 성대결처럼 문화적·상징적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라며 "에이전시에 소속된 두 선수가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쇼 성격의 이벤트에 가까웠다"라고 지적했다.

BBC 역시 "기대에 비해 긴장감과 재미가 부족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처럼 비시즌에 열린 친선경기처럼 느린 흐름 속에서 마무리됐다"라고 평가했다.

wcn050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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