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S26 두께·배터리 조정, 샤오미 신제품 가격 인상 예고
"물량 묶어달라" 장기계약 요청 쇄도…공급망 주도권은 '반도체 갑'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업체들이 원가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가격 부담이 커졌고, 제조사들은 내년 라인업에서 사양 축소와 가격 인상 사이의 '선택과 포기'를 강요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메모리 수급 불안이 단순한 비용 압박을 넘어 완제품 시장 전략을 흔드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D램인 LPDDR5X 12GB 제품 가격은 올해 초 30달러 선에서 지난달 70달러까지 2배 이상 치솟았다. 이 기간 PC용 D램 등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일제히 급등했다. 이 기간 다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일제히 급등하며 완제품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조사 결과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올해 초 1.35달러에서 지난달 8.1달러로 6배가량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최대 40% 인상될 것을 예상하며 스마트폰 부품 원가도 최대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급등 요인으로는 AI 서버·데이터센터로의 수요 쏠림이 지목된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등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스마트폰과 가전에 쓰이는 범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완제품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스마트폰 업계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은 과거 4~6GB 램·64~128GB 저장공간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8~16GB 램과 256GB 이상으로 표준 기준치가 상향됐다. 메모리가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1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 가격 급등은 제품 가격과 라인업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할 수준의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는 내년 출시 예정 모델의 기본 메모리 사양을 재검토하고 있다. 가격 인상과 이전 세대와 같은 메모리 사양을 유지하는 방안 등이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중저가 모델에서는 메모리 용량을 다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쓰던 구조가 이제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왔다"며 "어느 구간에서 스펙을 포기할지, 어느 구간에서 가격 인상을 감수할지 선택의 문제가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부품 가격 부담에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6 기본 모델의 두께와 배터리 용량을 전작 수준으로 되돌렸다. 출고가 역시 S26 울트라 모델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S26과 S26+은 최대한 동결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흐름은 중국 시장에서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샤오미는 오는 25일 공개할 샤오미 17 울트라 모델의 출고가 인상을 예고했다. 루웨이밍 샤오미 사장은 "메모리 가격이 AP(프로세서)·카메라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면서 D램이 가장 큰 원가 부담이 됐다"며 "샤오미 17 울트라는 '소폭 조정'이 아닌 뚜렷한 인상 폭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전 시장에서도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에 AI 기능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기당 메모리 탑재량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이 오를수록 프리미엄 가전일수록 원가 부담이 더 크게 쌓일 수밖에 없다.
메모리 조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치 이상 물량을 보장하는 장기공급계약(LTA)을 이례적으로 먼저 제안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가격 변동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메모리 확보를 우선순위에 둔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공급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기 단위 계약 관행을 선호하고 있다. 공급자 우위 기조는 계열사 내부 거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모바일 D램의 1년 이상 장기 공급을 요청했지만, 결국 기존과 동일한 분기 단위 계약으로 정리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외부 조달 의존도가 절대적인 완제품 업체들이 체감하는 원가 부담과 수급 압박은 이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스마트폰·가전 시장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최대 변수로 메모리 가격과 수급을 지목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AI 서버발 메모리 쇼크는 단순 부품 가격 이슈를 넘어 완제품의 가격·사양·출하 일정과 조달 전략 전반을 동시에 흔드는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메모리 수급 상황이 내년 완제품 업체들의 수익성 방향을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