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명시적으로 계엄 찬성한 사람은 김용현 뿐"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며 설득하기 어렵다"며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전 실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계엄 직전 국무회의 등의 정황을 증언하기 위해 정 전 실장과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이 "(계엄 당일) 오후 9시 51분 경 윤 전 대통령과 집무실에 마주앉아서 무슨 대화를 나눴나"고 묻자 정 전 실장은 "대통령과 자리에 앉자마자 '계엄 발동하시면 안 됩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설득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했고, 대통령께서는 '내가 결심이 섰으니 실장님은 더이상 나서지 마십시오. 저를 더이상 설득하려고 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오후 10시 17분경 국무회의를 진행한 뒤, 오후 10시 28분께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정 전 실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계엄 선포를 반대한 국무위원을 보지 못했으나, 대체적으로 만류하는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다만 정 전 실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유일하게 명시적으로 계엄 선포를 찬성했던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제가 대통령과 집무실에 있을 때 김용현이 (집무실로) 들어왔다"며 "(김용현에게) '뭐하자는 겁니까. 역사에 어떻게 책임지려고 합니까'라고 언성을 높이니까 (김용현이) '해야지요'라고 저한테 얘기했다. '해야지요'는 '계엄을 해야지요'로 이해했다. 계엄에 찬성한다는 걸 명시적으로 입 밖에 밝힌 건 김용현 혼자"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 군과 경찰이 국회든 어디를 갈 거라고 하거나, 계엄 선포의 구체적 조치를 어떻게 할지 얘기했나'라고 묻자 정 전 실장은 "일체 들은 바 없다"고 했다. 또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실장도 계엄 선포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 전 장관의 대화와 관련해 "단전·단수 같은 계엄 선포의 중요한 액션이 언급됐으면 오랫동안 군생활을 한 저는 (나중에) 기억이 났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는 23일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검 측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이 진행되는 결심 공판은 내년 1월 12일 열린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언론의 자유와 국민 생명·안전권을 침해하는 '국헌 문란 행위'를 벌이고,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도 있다.
또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