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신작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말 깊은 감동으로 찾아온다. 누구나 아는 스크루지 이야기를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집필한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서울시뮤지컬단이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롭게 창작했다. 괴팍한 구두쇠로 묘사된 소설 속 스크루지의 성장과정을 돌아보고, 현재의 그가 미처 몰랐던 세상을 알려주며 객석의 모두를 웃고 울린다.

스크루지(한일경)는 모두가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한다. 사람들이 기쁨에 차 노래 부를 때 '시끄럽다, 비키라'라며 훼방을 놓는 괴팍한 노인이다. 종업원 밥은 난로를 틀지 못해 손이 얼고, 돈을 빌린 이들은 그의 이자 타령에 숨이 막힌다. 돈을 세던 스크루지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말리가 끔찍한 모습으로 찾아온 후, 세 명의 정령을 맞이하며 그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게 된다.
스크루지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관객들을 슬픔에 젖게 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여동생과 늘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그는 젊은 시절 결국 조산한 여동생을 잃고 만다. 돈이 없어 의사조차 부르지 못하고 소중한 동생을 보낸 그는 좌절하고 '돈만을 좇겠다' 다짐하며 흑화한다.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스크루지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현재의 정령과는 스크루지 주변의 인물들 사정을 들여다본다. 밥은 딸이 넷이나 있는 가정의 가장이지만 스크루지에게 겨우 하루 일당을 받아 생활하는 처지다. 꼭 여동생 팬을 닮은 막내 티나는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는다. 스크루지는 애써 외면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처음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미래로 간 스크루지는 티나와 자신의 무덤 앞에서 깊은 절망에 빠진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스크루지를 일깨워주는 세 정령 역을 맡은 리사는 통통 튀는 발랄한 매력부터 유쾌한 텐션으로 스크루지를 춤추게 하는가 하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죽음의 공포를 일깨운다. 스크루지와 정령의 호흡이 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원작과도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아역배우가 연기한 어린 스크루지가 들고 있던 로빈슨 크루소의 구절처럼 깊은 깨달음도 찾아온다. 막막한 무인도에서 헤매는 만큼 내 땅, 꿈꾸는 만큼 내 것이라는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교훈이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 아는 얘기지만, 의외로 깊이가 있어 어른이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