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유료 샘플 공급 개시…GPU·TPU 확장 속 재도전
소캠2·HBM4 모두 '베라 루빈' 적용…AI 플랫폼 동시 공략
'HBM 추격자' 프레임 탈피…메모리 전략 입체화
엔비디아·구글과 협력 강화…표준화·양산 병행 신뢰 회복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황에서, 저전력 서버 메모리 소캠(SOCAMM)과 차세대 HBM4를 동시에 앞세워 전략 전환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추격자'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술 반격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만이 아니다'…삼성, 소캠으로 AI 메모리 승부수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I 인프라의 핵심 반도체인 소캠2와 HBM4를 놓고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공급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소캠2를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캠2는 저전력 D램인 LPDDR을 서버 환경에 맞게 모듈화한 메모리로, 기존 DDR 기반 서버 메모리 대비 전력 효율과 대역폭을 동시에 높인 것이 특징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직접 연결,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는 메모리다. 반면 소캠은 중앙처리장치(CPU)에 결합돼 전력 소모를 낮추고 시스템 전체 효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캠2와 HBM4 모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에 적용될 예정이다. AI 워크로드가 대규모 학습 중심에서 복잡한 추론과 피지컬 AI로 확대되고 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에서는 연산 성능을 담당하는 HBM과 함께 전력 효율을 책임지는 소캠이 모두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뿐 아니라 소캠 역시 전략적 의미가 크다. HB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 속에서, 소캠은 기술 경쟁력을 다시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캠 역시 초기 선점 여부가 대량 양산과 플랫폼 적용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소캠 샘플을 발주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18일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에 소캠2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SK하이닉스도 현재 품질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소캠2는 현재 JEDEC 표준화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 파트너사와 함께 공식 규격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GPU 넘어 TPU까지…HBM4도 역전 노려
이와 함께 HBM4 납품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차세대 AI 인프라에서 HBM4의 비중이 큰 만큼, 소캠과 함께 HBM4 공급 성과 역시 삼성전자의 AI 메모리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에 유료 HBM4 최종 샘플 납품을 시작하며, 무료 프로토타입 제공 단계를 넘어 상업적 공급을 앞둔 국면에 진입했다. 마이크론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HBM4를 포함한 내년 HBM 물량에 대한 계약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히며, 차세대 HBM을 둘러싼 공급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HBM4는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등 AI 가속기 전반에 적용되는 차세대 메모리로,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TPU는 구글이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한 AI 연산용 칩이다. 하나의 칩에 6~8개의 HBM이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에 HBM4를 공급 중이며, 테스트 과정에서 초기 성능 목표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이 자체 AI 가속기 도입을 확대하면서, TPU를 중심으로 한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성장과 함께 HBM4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6년 이후 공급 경쟁에서는 생산 유연성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 증설 등 다양한 생산 확장 옵션을 확보하고 있어, 수요 증가에 맞춰 비교적 빠르게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에 HBM을 공급하는 핵심 업체로 자리 잡은 만큼, 단기간 내 추가 생산 여력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이 '찜'했던 그래픽 D램도 있다
삼성전자는 GDDR7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그래픽 메모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GDDR7은 기존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넘어 AI 추론용 가속기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주요 고객사 공급을 늘리며 시장 주도권을 굳혀가고 있다.
GDDR7은 HBM 대비 비용과 전력 부담이 낮으면서도 높은 대역폭을 제공해, 추론 중심 AI 워크로드에 적합한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AI 연산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중급 AI 가속기와 서버용 GPU에서 GDDR7 채택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초당 40기가비트(Gbps) 동작 속도를 구현한 12나노급 GDDR7 기술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그래픽 메모리 분야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평가받았다. 글로벌 고객사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GTC 2025)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GDDR7 전시품에 '삼성, DDR7 최고!, RTX는 계속된다! (Samsung, GDDR7 Rocks!, RTX On!)'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다 대통령상 수상 기록을 이어가며, 글로벌 메모리 혁신을 선도해 온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