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사들은 AI 활용해 해저탐사 기간 대폭 단축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석유 수요는 2035년까지도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석유 생산 투자가 10년째 정체되는 등 공급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실장은 지난 16일 '2025 석유 콘퍼런스'에서 국내 석유정책은 공급 안정성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부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3∼61% 감축하기로 결정하면서 석유 사용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인공지능(AI) 활용 등을 통해 석유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도 AI 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BP와 셸, 엑손모빌 등 글로벌 정유사들은 전통적 유전 탐사나 생산 과정, 운영 효율화 등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최적 석유 굴착 경로를 AI가 지시하면 지시된 경로에 따라 로봇이 굴착하는 것이다.

전통적 유전 탐사에서 AI를 적용하면 기존 지진파 이미지의 1~3% 만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해저탐사 기간을 기존 9개월에서 단 9일로 단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생산 과정에서도 유정 설비 고장 사전 예측을 통해 5~10만 달러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업체들과 연합 전선을 결성해 AI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AI 기술은 사실 익숙하지만, 중국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 AI 폐수처리 시스템 도입...공정 최적화·안전 혁신에 활용
국내 정유사들도 AI 도입 및 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차원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AI 폐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2022년부터 울산 콤플렉스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폐수 성분을 실시간 분석하고 최적의 처리 방안을 자동으로 적용한다. 또 지역 스타트업 '딥아이'와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개발해 사업화했다.
GS칼텍스는 원유 정제 사업이라는 기존 비즈니스에 머물지 않고, 전체 밸류체인에 디지털·AI 역량을 확산하고 있다. 이미 AI 기반 제조공정 최적화, 설비 관리 고도화, 탄소 저감, 안전 혁신 등 다수 분야에서 실증 단계에서 양산·운영 단계로 전환했다.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의 생산·정비·안전 등 30여 개의 시스템을 AI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공정안전관리 학습을 위해 AI 기반 챗봇(PSM 스킬업 챗봇)을 도입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확대 등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전통적 의미의 정유사가 살아남기 위한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중"이라며 "아직은 주요 공장의 안전 점검이나 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 등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고 있지만 점점 AI 활용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