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녀 키우며 한 푼 못 받은 아빠부터 10만 원 겨우 받은 세 아이 엄마까지 혜택
내년부터 선지급금 회수…'1명당 수백 가구 담당' 인력 증원 관건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애아빠도 아이를 나몰라라 하는데, 정부가 지급을 해준다는데 그게 어디예요…이제 가방은 사줄 수 있으니까."
전 배우자와 갈라선 후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김서현(가명) 씨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통해 햇수로 3년 만에야 '돈다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16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산정된 금액에 미치지 못해 부족하지 않냐는 물음에 서현 씨는 이 같이 답했다.

지난 7월 처음 시행된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가 있는 비양육자에게 선지급금을 회수하는 제도다. 양육비 선지급이 결정된 대상자의 자녀 1인당 최대 20만 원을 매월 지급하고, 자녀 연령 만 18세까지 지원한다.
서현 씨가 처음부터 제도의 수혜를 입은 건 아니었다. 서현 씨의 전 배우자는 자녀 1명당 70만 원씩 총 21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했지만, 시간을 최대한 끌다가 10만~30만원씩 겨우 돈을 보내곤 했다. 이른바 '꼼수 소액 이행'이다.
"6개월에 한 번 10만 원 들어오던 것 때문에 지급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애아빠도 돈을 안 주는데 정부에서 돈을 줄 책임은 없지, 싶다가도 마음이 무너졌죠."
주무부처인 성평등가족부는 제도시행 한 달 만에 양육비 채권자가 비정기적 또는 일부 소액만 이행받은 경우도 선지급 신청이 가능하도록 소액 이행 기준을 마련해 9월부터 시행했다. 서현 씨는 11월 선지급 결정으로 9월분부터 18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고물가 시대에 자녀 1인당 매월 최대 20만 원이라는 액수가 넉넉하다고 볼 수 없는 현실이다. 배우자와 헤어진 뒤 생계를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인 서현 씨는 "더 많이 주시면 감사하다"며 가까스로 웃어 보였다. 이어 "저 하나만 지원해 주는 건 아니지 않으냐.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 저보다 더 아이들이 어린 사람이 있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양육비 선지급제를 비롯해 한부모가족을 위한 정부 정책은 적지 않지만, 한부모가족이라는 것을 알리기 거북한 마음이 정책에 대한 접근도를 낮추고 있다.
이혼 후 네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박성호(가명) 씨는 전 배우자와 이혼한 후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받지 못했다. 한때는 전문적인 일을 했지만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아이 엄마의 부재까지 메꾸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택배 상하차 등 시간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부터 코로나19 긴급 지원을 받던 그는 이 지원이 중단된 것을 계기로 양육비 선지급제 이용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한부모가족 특징이 알려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가족이 (알리는 걸) 반대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이런 혜택을 모르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게 참 아쉽죠."
한부모가족을 위해 담근 김치까지 받아온 적 있다는 성호 씨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걸 많이 알아보고 신청하셔야 한다. 정부도 또 그만큼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며 "한부모들이 자식을 키우기 위한 고뇌를 같이 할 수 있는 정신과적인 활동도 활성화 됐으면 한다. 아이들이 상처를 안 받으려면 부모가 꿋꿋하게 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호 씨가 선지급금을 받기 전 첫째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승급을 했다. 더 높은 반에 가기 위해서는 11만 원이 필요했는데 그 돈이 없어서 보내지 못했다. 성호 씨가 전 배우자에게 받아야 할 양육비는 애초 자녀 1인당 매월 50만 원이었다. 성호 씨는 "1인당 20만 원은 많이 부족하기는 하다. 먹고 싶은 거 못 사주고, 친구들이랑 나가서 논다는데 용돈 못 주고…. 가장으로서 써야 하는 돈은 무한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성호 씨는 전 배우자에게 소송을 벌일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는 "그쪽도 재혼하고 아이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제가 용서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니고 소송은 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열심히 일해서 충분히 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올해 7∼11월 5963 가구가 양육비 선지급을 신청했고, 그중 3868 가구(미성년 자녀 6129명)에 대한 양육비 선지급이 결정돼 총 54억 5000만 원이 지급됐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선지급금 회수 절차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채무자에게 선지급금 납부를 통지, 독촉한 이후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성평등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세 강제징수 사례에 따라 선지급금을 징수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신설된 이행관리원 내 징수팀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8명 증원됐지만 11월까지만 기준점으로 잡아도 1명당 350여 가구의 회수를 담당해야 한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내년 회수 현황을 살펴보며 인력 증원을 추가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