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중장년 구직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올해 20년에서 30년 만에 이력서를 다시 작성해 보고 구직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그렇다고 낙담하고만 있을 순 없다.
중장년 구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동창 모임 등 송년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가기를 추천한다. 모임에 나가면 지인들의 근황을 확인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뜻밖의 동지도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퇴직한 선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쌩쌩하게 더 일해야 할 나이인데 벌써 퇴직한 후배도 종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퇴직 및 실직 관련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동아리 형태와 같은 소그룹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도 하나의 동아리처럼 퇴직자들이 자주 소통하며, 관련 정보를 자주 공유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보면 동아리 형태와 같은 소그룹 활동에 참여한 퇴직자가 혼자 외롭게 뛰는 퇴직자보다 재취업 성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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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욱희 경사노위 전문위원 |
이들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서로 응원하며 지지를 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는 매우 효과적이다. 가족, 지인, 친구, 선후배 등의 사회적 지지는 중장년 구직자로 하여금 실망, 패배감, 낙담보다는 용기, 희망, 열정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퇴직 이후 다양한 소그룹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 반드시 취업을 목표로 한 소그룹 모임이 아니어도 좋다.
해외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조사해 보면 공통점이 있다. 퇴직자들이 절대 혼자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약 5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구성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고 진행한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만나서 경력목표를 공유하고, 구직활동을 점검한다. 그리고 이력서 작성, 면접 경험 등을 나누며 특히 중장년 일자리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교환한다. 예를 들어 "내가 찾은 이 정보는 나에게는 부합하지 않지만, A 선배에게는 어울릴 것 같아. 빨리 연락해서 지원해 보라고 해야 할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며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소그룹 모임은 계속된다. 같은 처지의 중장년 구직자들이 서로의 구직활동에 대해 감정적으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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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중장년 고용 확대와 경력 단절 해소,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마련된 '2025 희망 업(UP)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정보 공유 이상의 기능을 한다. 재취업 과정에서 느끼는 고립감, 상실감, 자책감을 완화해 주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심리적 지원'이다. 따라서 퇴직한 중장년에게 소그룹 모임은 경력 전환의 핵심 도구(tool)가 될 수 있다.
B 퇴직자는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조직 개편으로 퇴직을 경험했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 B 씨는 퇴직자 모임에 조심스럽게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퇴직하면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혼자 노는 건 재미가 없어요. 또래 친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며, 퇴직 이후 선후배들과 놀이터를 만들어 소일거리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소소한 일들을 통해 보람을 찾기도 한다. 그는 지금 자신에게 부합하는 일자리를 찾았으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퇴직 이후 평소라면 연락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연말에는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이렇게 짧은 문장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연말은 관계를 다시 따뜻하게 열어주는 시기이며, 그 자체가 중장년 구직자에게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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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희망 업(UP)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협력센터와 영등포구청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는 중장년 고용 확대와 경력 단절 해소,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마련됐다. 2025.09.11 mironj19@newspim.com |
특히 중장년의 재취업은 능력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자격 하나만으로도 아니다. 따라서 중장년 구직자에게 연말은 다시 여는 시기이다.
"최소 한 번의 모임 참석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그리고 가까운 지인 3명에게 안부 연락을 해본다. 혹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 한 명을 주변에서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내년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하나 만들어 보자. 예를 들면 글쓰기, 자격증 준비, 봉사활동 등은 작지만 경력 전환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중장년의 재취업 과정은 역량과 경쟁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 2막의 새로운 출발을 향해 자신만의 인생의 목표를 구체화하며 더욱더 사람과 연결되고 자신을 리셋(reset)하는 과정이다. 인생 2막의 경력은 혼자가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 속에서 시작된다.
연말은 이 첫걸음을 내딛기 가장 좋은 시기다. 올해 마지막 달력이 펼쳐진 지금, 관계를 다시 열어두기 위한 작은 선택을 실천해 보자. 그 선택은 다가오는 새해에 새로운 경력을 여는 성공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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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관피아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9.16 ryuchan0925@newspim.com |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