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심 GPU 시장 균열…가격·주도권 변화 예고
TSMC 캐파 포화 상태…국내 기업 생산 가능성 부각
HBM 중심 AI 시장 재편…삼성·SK 전략적 우위 강조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추론칩 '텐서처리장치(TPU)'의 외부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기존 엔비디아 중심 그래픽처리장치(GPU)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선단 공정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역량을 갖춘 만큼 글로벌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반도체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그간 내부 서비스용으로만 활용하던 텐서처리장치(TPU)를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미 메타는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인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 도입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PU는 엔비디아의 주력 GPU인 H100 대비 최대 80%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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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와 HBM3E의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2 ryuchan0925@newspim.com |
반도체 업계에서는 구글 TPU 외부 공급 확대가 엔비디아 중심 시장 구조를 흔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한다. GPU 생산 병목이 심화된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AI 칩 수요를 흡수할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반도체 생산 시장은 사실상 TSMC가 전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인 블랙웰과 향후 출시될 루빈 아키텍처 기반 차세대 GPU도 TSMC가 위탁 생산한다. 다만, TSMC는 이미 생산능력(캐파)이 최대치에 도달한 상태다. 이 때문에 신규 팹 증설 없이 구글의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입장에서는 공급처 분산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이 공백을 메울 유력 후보로 삼성전자가 거론된다. 2나노 양산 역량을 가진 TSMC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구글 TPU 생산 협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AI6' 칩 수주와 엑시노스 2600 양산 준비로 수율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 구글 TPU 초기 모델을 생산했던 경험도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빅테크는 공급 리스크에 대비해 멀티소싱을 선호한다"며 "삼성이 2나노 공정에서 수율과 PPA(성능·전력·면적 최적화)를 증명하면 구글 칩 생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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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지나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2 ryuchan0925@newspim.com |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 H200에 들어가는 HBM3E(5세대) 주력 공급사다. 하지만 구글 TPU·아마존 트레이니엄 등 자체칩 생태계가 확장되면 HBM 수요가 GPU뿐 아니라 ASIC으로까지 확대돼 공급 구조가 다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소재·장비·패키징 기업에도 연쇄적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HBM 공급처가 엔비디아 단일 구조에서 여러 빅테크 칩으로 분산되면 메모리 업체들은 가격 협상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엔비디아가 패키징 규격·온도 검증·전력 효율 조건 등 기술 요구를 강화하며 단가 협상력을 독점해온 구조가 역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HBM이 AI 경쟁의 '최종 병목'이 되면서 메모리가 AI 시장의 실질적 주도권을 쥐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업계는 이번 변화를 GPU와 TPU의 단순 경쟁이 아닌 'HBM 공급망 중심의 시장 구도 재편'으로 해석한다. 어떤 칩이 승자일지는 유동적이지만, HBM에 대한 의존도는 공통 분모라는 이유에서다.
반도체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HBM 라인 증설과 물량·품질·발열 제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조건을 충족할 유일한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구글 TPU 확산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재부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