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평화안' 수용 강요…불응 시 지원 중단 위협
유럽 주요국 "사실상 항복 문서" 반대 입장 분명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추수감사절 전까지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극도로 불리한 것으로 알려진 새 종전안 수용을 놓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엄청난 외교적 압력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작성한 새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신속하게 서명하지 않을 경우 모든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잃지 않으려면 다음주 목요일인 28일 추수감사절까지 새로운 평화안에 서명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니얼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예방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최근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와 함께 초안 작성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평화안은 러시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친러 평화안' 성격이 강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유출된 초안은 ▲러시아가 불법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며 ▲우크라이나군 규모를 현재 80만 명에서 60만 명 수준으로 축소하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가입 포기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다 우크라이나 영토 내 외국군 주둔을 금지하고, 대신 미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는다는 모호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이러한 제안이 "순전히 러시아적 관점에서 쓰인 계획"이라는 외교 관계자들의 평가를 전하며, 현재 젤렌스키 정부가 "엄청난 외교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압박과 유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드리스콜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함께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입장을 내비친 반면 위트코프 특사 측은 협정 서명 지연 시 군사 지원 중단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키이우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지원은 끝난다'는 신호를 명확히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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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11월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긴급 통화를 통해 미국의 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이 협정안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상 항복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친러시아적이며 비현실적인 조건을 담고 있어" 실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아 향후 협상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