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일본 엔화가 내년에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큰손들 사이에서 형성됐다.
현지시간 18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공개한 월간 펀드 매니저 서비이에 따르면 매니저들의 약 3분의1이 내년 최고 강세를 보일 통화로 엔화를 꼽었다. 금과 미국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 파운드의 도약을 기대한 매니저는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약 170명의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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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펀드매니저 서베이. "(주요 통화들 가운데) 어느 나라 통화가 내년 가장 강할까"라는 물음에 매니저들 3분의 1은 일본 엔화를 꼽았다. [사진=블룸버그] |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하는 달러지수는 올 들어 약 7% 하락, 2017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을 둘러싼 우려가 달러를 끌어내렸다.
그런 달러에 대해 주요국 통화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지만 엔화는 그 행렬의 후미로 뒤처졌다. 올 들어 엔화는 달러 대비 1% 상승에 그쳐 G10 국가들 중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 대척점에 있는 게 전통적 실물화폐, 금이다.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수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그리고 종이화폐(법정화폐)에 대한 불신(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등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엔화의 상대적 부진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 행보가 불투명해진 탓이 크다. 지난달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취임 직후 대규모 경기부양책 마련에 나선 상태라 BOJ도 내각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엔화 압박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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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지폐 [사진=블룸버그] |
그럼에도 매니저들이 내년 엔화의 아웃퍼폼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 다른 통화들 대비 너무 저평가됐다는 판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도쿄 환시 일각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여기서 더 급하게 160엔을 넘볼 경우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 개입(엔 매수, 달러 매도 개입)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달러/엔 160선은 작년에도 당국 개입의 인계철선으로 작용했다.
ING의 외환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졸레는 "투기적 투자자들은 여전히 달러/엔 매수(달러/엔 환율 상승에 베팅 : 달러 대비 엔 약세에 베팅) 쪽에 무게를 두고서 일본 재무성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마지노선은 160선에 더 가까울 수 있는데, (그 지점까지) 며칠 동안은 추가 (달러/엔의)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