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보유는 '中 군사활동 견제 역할 약속' 의미
한·미 합의, '안보의 개념'이 바뀌는 중대 분기점
中, '한·미 동맹 전략목표 변화에 적극 대응' 시사
"새로운 안보 리스크 안게 된 현실 직시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Joint Fact Sheet·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협상 결과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한·미 협상 결과는 한국이 중국을 명백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 정책의 개념이 달라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팩트시트 발표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화했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는 것은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북한으로부터 오는 위협만을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핵잠수함은 한국의 안보에 과도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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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11.14 photo@newspim.com |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보유 필요성에 대해 '북한과 중국 잠수함 추적활동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로 미군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활동을 견제하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맡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 견제에 소극적이었던 한국의 태도 변화는 미국을 고무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핵잠수함 보유를 허용한 것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얻어낸 최대 성과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을 대중국 군사활동에 동참시키는데 성공한 미국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서울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 해군이 단지 지역 중심의 해군이 아니라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을 허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미국은 핵심 경쟁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한국에)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핵잠수함 외에도 미국과 한국이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내용이 곳곳에 들어 있다. 특히 한·미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이 자체 국방은 물론 지역 안보를 위해 대중국 견제에 많은 책임을 지게 됐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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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오후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2025.11.01 photo@newspim.com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고 밝힘으로써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시프트'할 것이란 점이 명백해졌다. '2006년 이래 관련 양해'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을 의미한다. 이 성명은 "한국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내용과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번 합의는 한·미 동맹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물증이지만, 뒤집어 보면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미의 논의 과정을 주시하던 중국은 팩트시트 발표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는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한국이 각국의 우려를 고려해 이를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동맹의 전략적 목적에 변화가 있다면 동맹을 바라보는 중국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중국이 이에 적극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과 한·미 안보협력 분야에 정통한 전직 관료 출신의 전문가는 "이번 한·미 합의로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이에 따른 반대 급부도 매우 크다"면서 "성과에 환호하기보다 한국의 안보 상황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단계로 진입하고 새로운 안보 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