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재판서 '악연' 홍장원과 재대면
洪 "국정원 CCTV 편파 공개 아닌가 의문"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요 정치인 등 체포명단 메모'에 대해 "초고는 글씨가 지렁이처럼 돼 있어 법정에 제시된 메모와 비슷하지 않다"며 신빙성을 공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3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고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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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요 정치인 등 체포명단 메모'에 대해 "초고는 글씨가 지렁이처럼 돼 있어 법정에 제시된 메모와 비슷하지 않다"며 신빙성을 공격했다. 사진은 홍 전 차장이 지난해 3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테러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두 차례 마주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서 대면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 6분경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의 두번째 통화를 하며 자필로 초안인 1차 메모를 작성했다. 이후 홍 전 차장 지시로 보좌관이 2차 메모를 정서(正書)했는데, 해당 메모는 폐기됐다.
3차 메모는 계엄 다음날인 12월 4일 보좌관이 기억에 의존해 작성한 메모에 홍 전 차장이 일부 명단을 추가하거나 동그라미를 친 것이다. 이날 법정에선 3차 메모가 공개됐다.
특검 측이 이 3차 메모에 대한 진정성립을 진행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메모 중에 증인이 작성한 부분이 별로 없고 나머지는 보좌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성자를 불러) 진정성립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도 "초고는 글씨가 지렁이처럼 돼 있다"라며 "그걸 가지고 보좌관을 시켜 만들었다고 하니 초고와 이것이 비슷하지가 않다"고 직접 발언했다.
특검 측은 "메모는 보좌관의 대필에 불과하고 사후적으로 (홍 전 차장이) 내용을 확인하고 가필까지 해서 완성된 것"이라며 "홍 전 차장이 작성자로 보기에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보좌관에게) 초안을 지시하고 확인하고 빠진 게 있으면 가필했다는 것 같은데 본인 작성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 측이 의견을 굽히지 않자 재판부는 차회 기일에 피고인 측 반대신문을 한 뒤 해당 메모의 증거 능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정리했다.
홍 전 차장은 탄핵심판 당시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측이 지적했던 '국정원 폐쇄회로(CC)TV 속 동선과 진술의 불일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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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요 정치인 등 체포명단 메모'에 대해 "초고는 글씨가 지렁이처럼 돼 있어 법정에 제시된 메모와 비슷하지 않다"며 신빙성을 공격했다. 사진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스핌 DB] |
그는 "헌재에서 'CCTV 시간이 정확한가'라는 질문에 조태용 전 국정원장 측이 국정원 CCTV는 GPS와 연동돼 정확하다고 했다"며 "그런데 직접 업체에 알아보니 CCTV는 영상녹화장치라 GPS 연동은 어폐가 있고 전자적 충격이나 상황변화에 따라서 편차가 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CCTV가 1~10분 편차가 있다고 하면 제가 사무실에서 국정원장 관저까지 차량으로 3분 거리 이동하면서 내용을 정확하게 분 단위로 체크할 수 있는지가 개인적인 의문"이라며 "CCTV 공개가 상당히 편집된 상태에서 편파적으로 공개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갖게 하는 장면"이라고 부연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도 재차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방송을 봤냐'고 하시기에 봤다고 하니 '싹 다 잡아들여서 이번에 싹 다 정리해라. 대공 수사권을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했는데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인원이나 예산을 무조건 지원하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그 이후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너희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하니 여 전 사령관이 세부 내용을 보고하듯 이야기했다"며 "(여 전 사령관이) 처음엔 '경찰과 협조해 국회를 봉쇄하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다음엔 제가 메모에 남긴대로 방첩사에서 체포조가 체포 명단을 갖고 활동하는데 그 부분에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이었다. 다음엔 '방첩사 구금시설에 수용해 심문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음 통화에서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구체적으로 불러주자 홍 전 차장은 메모에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홍 전 차장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