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선점 치열한데 SK온 '신중 모드'
ESS 생산 목표치도 경쟁사 대비 보수적
업계 "시장 성장 타이밍 고려해야" 우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SK온이 적자를 기록한 배터리 사업 실적 개선을 위해 효율 중심 전략으로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존 라인 전환에 초점을 두고 목표 생산규모 역시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경쟁사 대비 속도는 늦지만, 비용 통제와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다. SK온이 이같은 선택으로 실질적인 반등에 성공할지, 시장 성장세 속에서 전략적 한계를 드러낼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1Gwh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6.2GWh 규모 프로젝트에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으며 플랫아이언 외에도 다수 고객과 최대 10GWh 규모의 ESS 협상을 벌이고 있다.
![]() |
|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SK온] |
SK온은 신규 공장 건설 대신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효율 중심 전략을 택한 셈이다. 다만, SK온이 설정한 ESS 배터리 생산 목표치는 경쟁사 대비 보수적 수준에 머물렀다.
전현욱 SK온 재무지원실장은 "ESS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효율화 중심의 전략으로 투자 규모를 최소화하고 투자자본수익률(ROIC)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합작법인(JV) 형태의 생산 거점 운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고, 지역별로 최적의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ESS 전환은 논의 단계로, 확정된 1GWh 규모부터 시작해 잠재적으로 10GWh 이상의 규모는 순차적으로 라인을 전환해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온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 상태를 지속 중이다. 올해 누적 영업손실만 약 4905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ESS로 전환 지연이라는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 캐즘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SK온도 ESS 사업 확대로 방향 전환을 꺼낸 것으로 풀이되지만, 보수적 생산 목표는 성장 구간에에서 제한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쟁사들은 북미 지역에서 연간 30GWh 이상 대규모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말까지 ESS 배터리 캐파를 30GWh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ESS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기존 계획을 변경했다. 당초 미국 애리조나 ESS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양산하려 했으나 건설 중단 후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추가로 북미 JV와 캐나다 스텔란티스 JV 라인 전환을 통해 ESS 배터리를 추가 양산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경우 캐파는 30GWh 규모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미국 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ESS용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ESS용 LFP 배터리 라인 전환을 통해 내년 말까지 연간 30GWh 수준으로 캐파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온이 보수적 태도를 유지할 경우 시장 확대 속도에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능력 선점이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는 만큼, ESS 수주를 하더라도 양산 연계가 더딜 경우 성장 모멘텀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 통제에 집중하다 ESS 시장의 성장세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 선점 효과까지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온은 앞으로도 ESS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쟁사 수준의 공급 능력과 수주 규모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 최소화와 ROIC 극대화가 SK온 현재 재무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ESS 시장 성장 속도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시장 선점의 기회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