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패한 BBC 임원들이 연설 조작...폭로해준 텔레그래프에 감사"
내부 소식통 "데이비 사퇴에 BBC 이사회 충격 받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국 공영방송 BBC 사장과 보도국장이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9일(현지시간) BBC는 팀 데이비 사장과 뉴스 보도 부문 책임자인 데보라 터너스가 사퇴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내부 표준자문위원회 전직 고문이 작성한 보고서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유출된 뒤 압박을 받아왔다. 해당 보고서는 BBC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트랜스젠더 이슈, 그리고 트럼프 연설 보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텔레그래프가 단독 보도한 BBC 내부 제보 자료에 따르면, 파노라마(Panorama) 프로그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폭동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설을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발언에서는 트럼프가 지지자들과 함께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지만, 방송에서는 이를 "같이 의사당으로 걸어가 지옥처럼 싸우자"라고 바꿔 보여 시청자들을 오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 BBC 표준자문위원회 위원은, 프로그램이 연설 시작과 한 시간 뒤 발언을 합성해 트럼프의 발언을 왜곡했으며 BBC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 불만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9페이지 분량으로 현재 정부 부처 내에서도 회람되고 있다.
이 같은 편집 논란 이후, 트럼프 장남은 BBC를 "부정직하고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으며, 보수당과 일부 전직 BBC 관계자들은 즉각 조사와 사과를 요구해 왔다.
지난 2020년부터 BBC를 이끌어 온 팀 데이비 사장은 BBC 저널리즘은 세계적으로 '골드 스탠더드'로 평가받고 있다고 방어했지만, "실수가 있었다"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BBC 뉴스 CEO 데보라 터니스도 사퇴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BBC 뉴스가 제기된 '제도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임원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새로 올려 사퇴한 BBC 임원들이 "아주 훌륭한(완벽한!) 연설을 조작한 것이 적발됐기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면서 이러한 "부패한" 인물들을 폭로해 준 텔레그래프에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들은 매우 부정직한 사람들로,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려 시도했다"면서 "게다가 이들은 외국 사람들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최우방이라고 여기는 나라 출신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참으로 끔찍한 일!"이라고 썼다.
로이터통신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를 인용, 데이비의 사퇴 결정에 BBC 이사회가 "충격"을 받았으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데이비가 앞으로 몇 달간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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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9일 BBC 임원 사퇴와 관련해 올린 글 [사진=트루스소셜 트럼프 계정] |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