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포괄적 합의 기대 지나쳐…트럼프 이미 허 찔렸다"
"장기전 체스 두는 중국 VS. 단순 오목 두는 미국"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무산 위기까지 거론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성사됐다. 두 정상은 오는 30일 한국에서 마주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시간 포괄적 논의가 기대된다며 외형상으로는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나,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진 물밑 기싸움과 실무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결말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양국이 서로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믿는 상황인 만큼 포괄적 합의보다는 일부 사안에 국한된 협소한 합의만이 현실적 결과일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무역 전쟁에 진입했으며, 희토류 통제 등 일련의 정교한 공세를 감안할 때 실질적 주도권은 점차 중국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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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 뉴스핌] |
◆ 희토류 카드에 트럼프 진영 '당혹'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의 강경한 희토류 수출 규제가 미중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며, 미국 측이 예상 못한 중국의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희토류는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첨단산업의 '혈관'이다. 중국은 이를 통제함으로써 미국의 기술 패권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날 알자지라통신도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무역전쟁에 진입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통제 조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공급망 통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희토류 및 주요 광물에 대해 국경 밖까지 규제를 확대한 것은 '무역분쟁 대응 도구의 비약적 확장'이라 평가한다.
CNN과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호주와 85억 달러 규모의 희토류 공급 협정을 맺은 배경에 바로 이런 '당혹과 긴급대응'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측이 "1년 내 대체 공급망 구축"을 장담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일치된 견해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이사인 조너선 친은 중국이 희토류 규제를 확대한 것은 "양자 관계의 규칙을 새로 만들겠다는 본격적 공격"이라고 해석했다.
상하이 푸단대 미국문제연구소 우신보 소장은 "중국은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믿으며, 미국의 압박을 막기 위해 실질적 맞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중국의 최근 조치들은 트럼프 2기 미국과의 경제·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태도가 변했음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경제력에 대한 노골적인 자신감을 보여주는 한편, 희토류 통제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하며, 이는 중국이 경제력을 외교·안보 압박 수단으로 쓰겠다는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전문가들 "관세 창으로는 희토류 방패 뚫기 역부족"
AP통신은 미국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줄 능력이 있지만, 중국은 '고통 감내력'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 평가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무역협상 소식통도 "미국은 늘 허를 찔렸고, 중국은 한 수 앞서 계획하는 '절제'의 전략으로 미국의 정치적 취약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은 희토류 통제와 대두 수입 중단을 협상 카드로 쌓아두고, 미국의 첨단 AI칩 수출 규제 완화나 대만 지원 철회 등 미국의 양보를 노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중 대사를 지낸 닉 번스는 "양국 모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렛대를 동원해왔다"고 말했다. 번스는 "각자 상대와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옵션들을 총동원했고, 이제는 '성공의 기준'을 새로 정의하려는 단계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대두(콩) 구매력, 희토류 원료 가공 독점, 보복 카드 등을 적극 활용해왔고, 미국은 세계 1위 경제, 첨단 반도체 및 제트엔진 등 압도적 기술력, 그리고 '기축통화 달러'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중국담당 디렉터 크레이그 싱글턴은 "이는 단순히 가진 카드를 비교하는 싸움이 아니다"며 "양국 모두 상호 의존을 무기화하는 법을 배우며, '취약성의 균형' 속에서 실질적 주도권은 도구의 숫자가 아니라 '격화의 리듬'을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고 짚었다.
디애틀랜틱은 중국이 무역합의, 펜타닐 합의, 심지어 틱톡 운영권 문제까지 트럼프에게 양보를 구하게 만들었다면서, 미국이 유일하게 얻은 것은 틱톡 미국 지분 다수 인수 합의이지만, 중국 정부가 최종 승인을 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회담은 '누가 더 강한가'의 대결이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는가'의 싸움이며, 당분간 트럼프의 관세 창은 시진핑의 희토류 방패를 뚫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