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과 러·대두·희토류·관세·핵군축까지 "장시간 논의 예상"
트럼프, 중국에 날 세운 참모진과 '온도 차'
베선트 "APEC서 '미-중 회담', 비공식 면담 수준일 수도"
그리어 "중국, 대미 무역 합의 의무 안 지켜…새로운 균형점 필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두, 희토류, 핵무기 감축 등 굵직한 현안을 아우르며 장시간 '포괄적 담판'을 예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은 적절하지 않아 취소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면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우리의 많은 문제와 의문, 막대한 자산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뭔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우리(자신과 시 주석)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회동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두 등 농산물 관련 합의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핵 문제까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핵무기 감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 역시 그에 찬성하며, 중국도 동참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핵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이고, 러시아가 그다음이다. 중국은 현재 상당히 뒤쳐져 있지만, 4~5년 내에 우리는 결국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미 (핵 감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아마도 중국도 이 흐름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과의 긴장 고조 배경이 된 희토류 문제에 대해서는 "관세가 희토류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며 "희토류는 하나의 혼란 요인이지만, 주위에 희토류는 많다"고 강조했다.
희토류는 자동차, 반도체, 노트북 등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번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와 희토류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호주와의 희토류 협정을 체결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베이징에 대해 큰 존중을 갖고 있다며 양국이 '환상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어 "위대한 무역 합의가 될 것이며, 양국 모두, 그리고 전 세계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
◆ 푸틴 만남 부적절...시주석 영향력 기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푸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은 존경받는 인물이고, 아주 강한 지도자이다. 아주 큰 나라를 이끌고 있다. 그래서 충분히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분명 러시아,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케미'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전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여러 차례 러시아 정상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 좌절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면서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이르지 못할 것 같아 회동을 취소했지만, 미래에는 회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했다.
◆ 亞 먼저 향한 참모진은 대중 '강경' 행보
시 주석과의 만남이 긍정적일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달리 미중 회담 준비를 마무리 중인 트럼프 참모진들은 중국에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중국과의 관계 단절이나 상황 격화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십 년간 중국 시장 접근이 제한돼 온 상황에서 무역 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제(라이선스 제도)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분명히 비판했다. 그는 "이번 중국의 허가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라고 강조했으며, 합의가 결렬될 경우에는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풀어사이드(pull-aside, 비공식 회동)" 형식의 만남을 가질 것이라면서, "이번 주말까지 문제를 해결해 지도자들이 보다 긍정적인 분위기 속 회담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해당 표현은 시 주석과 장시간 포괄적 담판 의지를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USTR의 그리어 대표도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트럼프-시진핑 회담 일정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실제 회담 진행 여부는 양측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어는 "중국의 희토류 조치는 고기술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을 유지하겠다고 수개월 전 약속한 것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양국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수 있으며 "민감하지 않은 상품을 중심으로 보다 균형 있는 무역을 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항상 중국에 개방적이었으나, 중국 정책이 미국 기업을 배제하고 과잉생산과 과잉공급을 유도했다. 이는 미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살 수 없으며, 대안 경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의 대두·수수 구매 중단 결정이 미국 농민을 의도적으로 피해주려는 조치로 해석돼 미국의 우려를 사고 있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체결한 무역 합의에 따른 농산물과 제조업 제품 구매 의무를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일요일 시작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어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베선트 장관은 그리어 대표가 이미 쿠알라룸푸르로 이동 중이며, 자신도 이날 중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