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사회부장 = "경찰이 수사는 하겠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등에 반복적으로 사용된 사기이용계좌를 왜 영구 차단하지 않는지 분통이 터집니다"
수년 전 지인이 스미싱에 당한 후,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XX은행 발신자 번호를 믿고, 전화를 받았다. 그때 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은행의 자동 안내 메시지에 따라 전화기의 숫자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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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락 사회부장 |
몇분이 지났을까? 휴대폰이 버벅댔다. 카카오톡도 되지 않았다. '곧 괜찮아지겠지' 생각에 식사를 하고 왔더니, 수십개의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30~40분만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의 휴대폰과 동일한 번호가 새로운 통신사로 가입된 것이었다.
그 사이 통장에 있었던 예금 일부는 어디론가 송금됐고, 신용카드는 게임 머니를 결제한 것으로 안내메시지가 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디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하나. 경찰에? 은행에? 카드사에?
은행에 연락해 송금된 계좌에서 출금을 정지시켜달라고 했다. 은행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경찰 신고 뒤에도 한참 만에 해당 계좌의 출금을 정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또 다른 계좌로 송금된 이후였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으나 적극적이지 못했다. 경찰에 통장 번호와 예금주 이름을 알려줘도, 범죄가 이뤄진 지역의 해당 IP 주소를 알려줘도, 전화로 알아만 볼 뿐, 직접 가서 수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돈이 묶여있는 은행은 서울 한복판 은행이었고, 이 계좌는 소액 환전회사였다. 외국으로 돈이 송금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수사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그 돈은 마지막 통장에서 빠져 나갔다.
지인은 수개월 후에도 금감원 홈페이지 '보이스피싱 지킴이'에서 해당 계좌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기이용계좌 사용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지만, 해당 계좌의 명의인이 이의제기해 소명하면 사기이용계좌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의인의 권리 면에서 이의제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범죄에 쓰인 계좌는 추가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폐기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인은 항변했다.
이 같은 사기이용계좌는 오늘도 중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에서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로맨스 스캠 등 사기 범죄 피해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다. 예전에는 돈 잃고 말았지만, 지금은 한국 청년들의 목숨까지 잃는다.
'캄보디아' 그때 잡았어야 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