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특임교수 김도균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기보다는 '범인'을 찾아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혐중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중국인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보고 있고, 그 가운데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범인이라고 한다. 일부 국회의원도 이러한 프레임으로 반중 내지는 혐중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걸 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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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교수 |
정치 지도자나 언론조차도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확한 배경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진실이 되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해에 근거한 정치적 갈라치기의 피해자가 된다. 짧게나마 그 오해와 진실을 들여다보자.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규제 합리화 TF 회의를 개최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관광 규제 합리화 방안'을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하였고, 8월 6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TF'회의에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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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민석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 정책 TF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총리실] 2025.08.06photo@newspim.com |
내년 6월까지 한시적 정책이긴 하지만 이것이 대단한 것인 양 여행업계에게는 희망을 주기도 하고,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혐중감정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중국이 한국인 개별 관광객에 대해 특별한 조건 없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에 대해 일반적인 무비자 정책은 시행하고 있지 않으며, 모두 중국 내 우리 공관을 통해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단지 단체 관광객에 대해서 일정한 조건을 붙여 간이한 방식으로 입국을 허용해 왔는데, 단체 관광객 전자비자와 크루즈를 통해 입국하는 관광상륙허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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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첫날인 29일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쇼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3명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2025.09.29 yym58@newspim.com |
단체 관광객 전자비자는 실질적으로 무비자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개별 심사 없이 전자비자를 발급하는데, 이것을 무비자로 이름을 바꾼 것이 이번에 시행하는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의 핵심이다. 기존의 단체 전자비자는 3명 이상의 단체로 구성되어야 하고, 한·중 전담여행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무단이탈이 발생하면 전담여행사를 제재하는 방식이다. 물론 수수료도 면제하고 있다.
이번에 시행하는 단체 관광객 무비자도 똑같은 방식이다. 처리 기간이 조금 빨라지고 담당 부서가 바뀐 것 외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실제 단체 전자비자와 단체 무비자는 차이점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규제를 합리화하는 관광정책이라고 포장해 놓고 현장에서는 무단이탈 발생 시 행정제재를 기존 5%에서 2%로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비자 정책으로 관광객이 증가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는 향후 분석을 통해 쉽게 검증될 내용이다.
이처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는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기존정책과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무비자라는 이름만 보고 호들갑을 떨면서 각자의 입맛에 맞게 악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이런 내용을 잘 아는 여행업계에서는 이번에 시행한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은 무늬만 무비자이고 기존의 단체 전자비자의 이름만 바꾼 '포대갈이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런데도 마치 이러한 정책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올 것처럼 홍보하거나, 반대로 그 부작용을 과대 포장해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모두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정도의 비자 정책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관광 당국의 발상 자체도 놀랍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단체보다 비중이 훨씬 높은 개별 관광객에 대한 비자 정책을 들고나와야 효과가 있지,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의 재포장으로 시선을 호도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을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포장하니, 반중이나 혐중의 시선을 가진 일부 세력과 언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부작용을 침소봉대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빌미를 제공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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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자유대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개천절 반중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5.10.03 mironj19@newspim.com |
결론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여 내수 경기 활성화를 꾀하려는 정부 당국이나, 이를 호도하여 혐중의 소재로 삼으려는 불순세력이나 모두 이번에 시행하는 중국단체 무비자 제도를 오용 내지는 악용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여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무늬만 바꾸는 정책이 아닌 효능감 있는 정책을 준비해야 하고, 그 내용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외래 관광객 유치와 비자 정책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용 인프라에 대한 정비와 함께 재외공관의 비자발급 체계부터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관광객을 객단가로 표현하며 저가 덤핑으로 실적만 채우려는 단체 관광보다, 개별 관광객이 편리하게 입국할 수 있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 개발과 차별과 혐오없이 모든 관광객을 손님으로 정성껏 대하는 것이 관광강국의 기본이다.
※ 김도균 교수는 법무부 이민정보과장, 출입국심사과장, 주칭다오총영사관과 주중국대사관 영사,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출입국과 이민정책 이슈를 다뤄왔다. 현재 제주한라대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