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다소 둔화 전망 속 맞보복 따른 무역전쟁 악순환 피해
최근 주식 급등세 2000년대 초처럼 갑자기 꺾일 가능성 경고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올 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촉발된 전세계 무역 갈등 분위기 속에서도 세계 경제가 잘 버티고 있지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했다. 우려와 달리 각국이 맞보복으로 무역전쟁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았고 기업들도 높은 관세의 영향을 완화할 방법을 찾았지만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개방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내주 IMF·세계은행 연례총회에서 발표될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WEO)에 앞서 이 날 한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우려보다는 낫지만 필요한 수준보다는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모든 지표는 세계 경제가 여러 충격에서 전반적으로 잘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관세가 예상보다 더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대다수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지 않았고 기업들은 높은 관세의 영향을 완화할 방안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무역전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세계 경제의 개방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IMF는 세계 경제가 올 해 3%, 내년 3.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2024년 기록한 3.3% 성장보다 그리 큰 폭으로 둔화하지 않은 수치로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발표된 직후인 4월 전망보다 더 긍정적인 예측이었다.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내주 새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금융시장의 발전 역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도와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며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글로벌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미국 외 국가 정부와 기업들에게 이자 부담을 줄였다며 '귀중한 완화 효과'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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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IMF-세계은행 연례 추계 회의를 앞두고 2025년 10월 8일 미국 워싱턴 D.C.의 밀컨 연구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만 이런 긍정적 상황이 반전될 경우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의 전체적인 영향은 아직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수익률이 하락한 기업이 관세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이는 통화 정책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시장을 겨냥해 생산됐던 상품들이 다른 지역으로 몰리면, 그 곳에서 추가적인 관세 인상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초) 기술주 랠리와 유사하게, 주식시장 급등이 갑작스럽게 끝날 수도 있다"며 "역사가 증명하듯, 현재의 투자 심리가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주가 수준은 25년 전 인터넷 낙관론이 한창이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지만 급격한 조정이 발생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