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략국가 위상 강조…"7년 전과는 달라져"
"스몰딜 성사됐다면 핵 문제 달라졌을 것…평화공존이 접점"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세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7년 전과 지금의 위치는 다르다"라며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9.08 pangbin@newspim.com |
정 장관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그때만 해도 북한은 미국에 매달리는 입장이었다"며 "회담 결렬 직후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했는데 불행히도 그 말이 맞았다. 스몰딜이라도 성사됐다면 핵 문제 전개 과정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근 북한 노동당 창건 80년 기념 메시지의 절반 가까이가 대미·대남 메시지였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북미 지도자 모두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안보를 교환 조건으로 지원이나 자금을 제공할 생각이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의 길을 원한다면 결국 남북 협력밖에 해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의 '전략적 지위'와 관련해 "더 이상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겠다고 했지만 생활 향상까지는 이루지 못했다"며 "그런 점에서 남북 협력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이 평화공존"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제시한 '평화적 두 국가론'이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에는 "데팍토(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법적 국가)를 구분하는 것은 공리공담일 뿐이며 교류와 협력 재개가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윤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되자마자 '북한은 주적'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전에는 북한 스스로 '주적은 미국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정부는 공든 탑을 쌓지만 보수정권은 들어서자마자 허물어 버린다"며 "중도보수인 헬무트 콜 전 총리도 전임 정부의 동방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교류 협력은 끊지 않았다. 지금의 남북 관계 단절은 독일인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성숙도 차이"라고 말했다.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을 언급하면서 "드론작전사령부 내부자가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만약 그때 국지적 무력충돌이 발생했다면 계엄의 명분이 될 수 있었다.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과 독일 통일기념일 행사 참석을 위해 2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 중이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