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정유 공장에 대한 공격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러시아 디젤 수출이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최근 공격이 지난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성공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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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랴잔주의 한 정유 공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의 에너지 리서치 및 컨설팅 기관인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집중적인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의 정유 공장들이 생산 시설에 타격을 입으면서 러시아 정제 능력이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수출량 추적 기관인 오일엑스(OilX)와 보텍사(Vortexa) 등은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러시아의 경우 수출량은 9월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지난 8월 초 이후 러시아의 정유 공장 38곳 중 16곳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중 일부는 여러 차례 타격을 받았다"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랴잔에 있는 러시아 최대 규모의 정유 공장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랴잔 정유 공장은 하루 34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상품·에너지 가격 보고 및 분석 전문 기관인 아르거스(Argus)의 유럽 석유 제품 가격 책정 책임자인 베네딕트 조지는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지금까지 수행했던 어떤 것보다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내 휘발유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심각해지자 지난 7월부터 휘발유 해외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디젤은 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50% 이상 초과하고 있어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타격을 받는 제품도 디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디젤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다. 수출량의 절반 정도가 터키로 향하고, 나머지가 서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 브라질 등으로 수출된다.
최근 터키는 러시아 디젤 물량이 줄면서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수입선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제재는 러시아의 정유 시설과 터미널, 석유 저장고에 대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 생산을 늘리고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전쟁을 러시아 중심부로 더 가까이 옮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생산하는 드론 수가 러시아와 맞먹게 되면 러시아는 연료 부족과 경제 손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이러한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더 많은 드론이 러시아 목표물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타격을 입은 러시아 석유 및 가스 시설 중에는 국경에서 1000㎞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약 1400km를 날아가 러시아 중부 바시키르 공화국에 있는 가즈프롬 네프테힘 살라바트 정유 및 석유화학 공장을 공격했다.
같은 날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볼고그라드에 있는 러시아 최대 정유소 중 한 곳도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