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매수·달러 약세·금리 인하 맞물리며 금 랠리 '진행형'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금값이 온스당 3,7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지속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2일(현지시간) 금 선물은 2% 급등해 온스당 약 3,780달러라는 사상 최고치에 거래됐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도 이달 초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이후 이달까지 금값은 36% 정도 올랐는데, 같은 기간 30% 정도 오른 엔비디아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금 가격이 2025년 말까지 4,0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연간 50% 이상의 수익률을 의미하며, 올해 최고의 투자 자산이자 S&P 500 종목 중 상위 10%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값 랠리에 중앙은행 수요, 달러 약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금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몇 달간 이 요인들이 금값을 계속 지지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금괴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금광업체 주식으로까지 금 관련 투자를 적극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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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금 선물 가격(파란선)과 엔비디아(녹색선) 가격 추이 비교 [사진=CNBC차트] |
◆ 중앙은행 금 매수 지속
현재 중앙은행들은 기록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 매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그리고 미·중 간 긴장 고조는 올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규모로 금을 매입하게 만든 배경이다.
세계금협회(WGC)의 2025년 중앙은행 금 보유고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 관계자의 95%가 올해 전 세계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43%는 자국 중앙은행의 보유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금값이 사상 최고치임에도 불구하고 보유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없었다.
지정학적 위기는 중앙은행이 금을 늘리는 주요 이유다.
응답자의 85%는 위기 상황에서 금의 성과가 금 포트폴리오에 매우 중요하거나 다소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71%는 금의 역할을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헤지(방어 수단)'로 꼽았다.
금 매입에는 외환보유고 다변화 목적도 있다. 응답자의 약 4분의 3은 앞으로 1년간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금·유로·위안화가 일부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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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사진=블룸버그통신] |
◆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도 지속될 듯
달러 약세도 추가적인 호재로, 달러 가치를 여러 통화 바스켓 대비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10% 이상 하락했다. 특히 3월 초부터 7월 초까지 무역 불확실성과 글로벌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낙폭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이민 단속이 미국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와 미 국채를 매도하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등도 달러 하락을 가속했던 요인으로 꼽힌다.
더블라인 캐피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건들락은 CNBC 인터뷰에서 "거의 확실하게 금값은 올해 안에 4,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적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을 25%로 두겠다고 밝히며, 이는 현재의 달러 추세를 감안할 때 "과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주 올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러한 금리 인하 전망 속에 올해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인 850억 달러를 금 펀드에 쏟아부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공격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경제전망, 달러,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금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