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토요타·CATL 맞불…차세대 패권 다툼 격화
수율·투자 리스크도 여전…남은 과제는 원가·안정성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SK온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겼다. 시장 선점으로 조기 우위를 확보하려는 승부수로 풀이되지만, 생산 안정성과 투자 부담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대전 유성구 기술원 부지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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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한 SK온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모형. [사진=SK온] |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이차전지다. 폭발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 시간 단축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설 '꿈의 배터리'로 평가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시설을 통해 오는 2030년으로 예정했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를 2029년으로 조정했다. 글로벌 경쟁사들에 맞춘 빠른 시장 진입으로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준공은 SK온이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구보다 앞서 상용화해 전동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온의 이번 조기 행보를 전략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일본의 토요타, 중국 CATL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전고체 개발 일정을 앞세우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삼성SDI의 상용화 시점이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연말까지 오창 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갖춘 뒤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토요타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다. CATL 역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소량 생산을, BYD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공개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 기업들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SK온의 조기 상용화 선언은 단순한 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패권 경쟁 본격화로 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의 리스크도 제기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적 성능이 우수하지만, 실제 양산 단계에서는 수율 확보, 품질 안정성, 대규모 투자 부담 같은 장벽이 존재해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파일럿 단계까지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대량 생산에서는 소재·공정 안정화라는 벽에 부딪히기 쉽다"며 "기술적 완성도와 원가 경쟁력까지 갖춰야 진정한 상용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한양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리튬 메탈 음극에 보호막 기술 적용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수명을 3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국내외에서 특허 출원을 마쳤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SK온의 선언이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 구도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이미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상황에서 SK온이 상용화 시점을 앞세우자 각 사의 기술력·투자 속도·협력 네트워크가 향후 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경쟁은 단순히 차세대 기술을 누가 먼저 내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용화 이후 실제 시장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SK온이 조기 선언을 한 만큼 후속 연구·투자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기술 리더십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