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 42년 만에 재심서 무죄
구금 7억5000여만원·비용 960만원 보상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전두환 군부독재 시기 정보기관에 불법 구금돼 고문당하고 허위자백을 했던 김동현씨가 형사보상을 받는다.
16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지난 11일 반공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은 김씨에게 구금보상 7억5064만5200원, 비용보상 965만5921원 지급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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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군부독재 시기 정보기관에 불법 구금돼 고문당하고 허위자백을 했던 김동현씨가 형사보상을 받는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형사보상이란 사법당국의 잘못으로 누명을 쓰고 구속됐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국가가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구금 일수에 따른 구금보상과 형사재판 진행에 들어간 비용보상으로 나뉜다.
1980년 5월께 20대 대학생이었던 김씨는 자작 시집을 발표한 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으로 검거될 것을 우려해 망명을 결심했다. 그는 2년 뒤인 1982년 4월 스웨덴으로 출국해 국제사면위원회 스웨덴지부에 망명을 신청하고 북한 대사관까지 방문했다.
그해 5월 한국대사관 측 설득으로 귀국한 그를 김포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임의동행 방식으로 끌고 가 40일간 불법 감금했다.
김씨는 이후 구속기소 돼 같은 해 12월 서울형사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전신)에서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4월 서울고법 항소심에서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7월 상고를 기각해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23년 김씨가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판단해 재심을 권고했다.
김씨 측은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해 12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이후 재심 재판부는 지난 5월 김씨에게 42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배 법관들이 피고인의 호소를 단 한 번도 귀 기울여주지 못한 점, 피고인이 자백을 고문·불법구금에 의해 할 수밖에 없었음을 과감히 인정하지 못했던 용기 없음, 1980년대에 내려진 불법적 계엄이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과감히 선언하지 못했던 소신 없음, 선배 법관들의 그런 잘못에 대해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