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흐름이 '덩치 키우기'에서 '독립 분사'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짚었다.
투자자들이 복잡한 포트폴리오보다 단순한 사업 구조를 선호하면서, 대형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들이 다시 쪼개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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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진열된 크래프트 하인즈 상품들 [사진=블룸버그] |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다. 2015년 합병으로 탄생한 이 식품 대기업은 지난 2일 2개 상장 법인으로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하인즈 케첩,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 성장성이 높은 대표 소스 중심 부문과 성장세가 더딘 오스카 마이어 핫도그, 런처블스 같은 가공식품 부문으로 분할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3년 켈로그(Kellogg)도 스낵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시리얼 제조사 'WK 켈로그'와 스낵 제조사 '켈라노바(Kellanova)' 두 개 회사로 분리했고, 각각 다른 기업이 인수키로 합의됐다.
산업재 분야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허니웰(Honeywell) 이 세 갈래로 나뉘었고, 기술 분야에서는 인텔(Intel)이 자회사 알테라(Altera)를 실버레이크에 매각하며 사업 구조를 단순화했다. 미디어 업계에서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가 분사를 앞두고 있다.
물론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 시도도 이어졌다. 큐리그 닥터페퍼(Keurig Dr Pepper)가 네덜란드 커피업체 JDE 피츠(JDE Peet's)를 인수해 음료 대기업을 만들려 했지만, 결국 두 회사를 나누어 각각 독립 상장사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결론 났다.
최근 발표된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 과 테크 리소시스(Teck Resources) 의 무(無)프리미엄 합병 역시 표면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단순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지난 3년간 BHP, 글렌코어(Glencore) 등 경쟁사 인수 시도를 막아내면서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왔다. 플래티넘 광산에서 철수했고, 석탄과 다이아몬드 사업부(드비어스) 매각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구리 매출 비중이 큰 테크 리소시스와의 결합으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구리 생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재편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분사·합병 움직임은 투자은행(IB)들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은 올 3분기 투자은행 수수료가 늘었다고 보고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