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요하는 과제, 수직통합 되감기
브랜드력 저하 속 투자자들은 반색
코카콜라 재프랜차이즈 약 10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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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 엘리엇의 '압박 포문' ①50% 급등 시나리오 해부>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대수술' 과제
엘리엇의 제안은 펩시코에 '대수술'을 요하는 과제다. 지난 15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의도적으로 구축한 수직통합 체제를 다시 해체하라는 의미가 된다. 2009~2010년 펩시코는 펩시보틀링그룹과 펩시아메리카스를 약 78억달러에 재인수해 수직통합 체제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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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의 분기별 매출액 증가율(y/y) 5년 추이 [자료=코이핀] |
*당시 '일사불란한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한 펩시코의 수직통합 계획은 소위 '파워오브원(Power of One)'이라고 불리는 전략과 결합했다. 파워오브원은 스낵과 음료를 분리된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 패키지로 소매업체에 제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미 통합된 시스템을 다시 분리하는 작업은 구축보다 훨씬 복잡하다. 병입권, 상표 사용권, 장기 공급 계약, 설비, 배송 차량, IT 시스템 등을 재설계하고 재분배해야 해서다. 또 대형 유통사와의 매대 협상력 등이 분리 시 협상 주체가 변경되면서 판매 조건이 불리하게 돼 브랜드력이 저하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당장 투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펩시코의 주가는 1% 상승 마감했다. 수직통합 체계에 따른 장점과 재편 과정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을 테지만 회사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재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던 터다. 엘리엇이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따른다.
펩시코 경쟁력 저하의 근본적 배경에는 회사가 추진한 수집통합과 포트폴리오 확대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음료 제조와 유통은 본질적으로 막대한 고정비가 소요되는 사업인데, 여기에다 여러 브랜드를 거느리다보니 신규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같은 핵심 브랜드 활동에 투자할 여력은 자연스레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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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의 연간 투하자본이익률(ROIC) 추이 [자료=코이핀] |
결과는 시장점유율의 축소였다. 펩시코가 코카콜라에 이어 미국 탄산음료 시장 2위 자리를 지켜온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작년 닥터페퍼와 스프라이트에 밀려 4위가 됐다. PBNA의 물류는 운영 능력의 강점으로 꼽히기는 하나 투하자본이익률(ROIC)은 정체기(2018년 미국 세제개편에 따른 세금 효과 제외)가 계속됐다.
◆현실적 시나리오
전문가 사이에서는 엘리엇 제안의 온전한 수용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이행 시 시간도 제법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선 언급처럼 운영체계 재구축 문제는 복잡한 과제라 점진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고용 문제 등 노조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코카콜라도 재프랜차이즈에 10년가량이 소요됐다.
더 큰 제약은 이른바 회사의 핵심 전략인 '파워오브원' 전략과 충돌이다. 병입 사업을 매각하면 음료 부문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스낵과 음료를 묶어서 판매하는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꼽자면 핵심인 재프랜차이즈를 진행하되 수익성 낮은 특정 지역 사업이나 노후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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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 연간 실적 애널리스트 추정치 컨센서스 [자료=코이핀] |
이미 '공개 압박'을 시작한 엘리엇은 이사회 침투를 먼저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 사이 소위 '협력합의'라는 절차를 통해 이사 몇 명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회사의 이사 선임을 통한 합의 비중은 92%(하버드로스쿨포럼 자료)였다.
앞서 엘리엇은 사우스웨스트항공(LUV)의 사례에서도 이사 5명을 침투(작년 10월 발표, 작년 6월 지분 매입 발표)시켰고 그 뒤 사우스웨스트는 유료수하물, 지정좌석 조치 등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는 정책을 내놨다.
펩시코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기존 전략의 맥락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추진 중인 변화 전략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급진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방어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날 주가 상승한 것은 이런 방어 화법 뒤에 숨은 펩시코의 현실을 투자자들이 간파했기 떄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에 대해 AJ벨의 댄 코츠워스 투자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분발할 계기가 되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존재를 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