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00여개 간접납품업체가 의료기관 연계
독점적 구조로 산업계에 甲으로 행세 중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 표준계약서 의무화해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의료기기 유통 과정에서 간납사(간접납품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여러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는 문제를 법 개정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 구조에서 일어난 혼란으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시장에 유보되는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오전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국회 토론회'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주최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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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29일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국회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29 calebcao@newspim.com |
이날 발제를 맡은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유통구조 투명화와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간납사의 주요 문제는 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계약서 미작성 및 일방적 통보 ▲대금 결제 지연 ▲과도한 할인율 요구 ▲'가납' 강요 및 책임 전가가 있다. 이는 의료기기 제조·공급업체의 경영 악화와 산업 발전 저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산업 성장은 지난 2023년 10조7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8.3%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간납사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산업 생태계 건전성 저해 문제가 지적 받아왔다.
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80~100여개 간납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며 연간 약 2000억원 규모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간납사는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제품을 싸게 구매한 뒤 법정 상한가로 병원에 공급하고 그 차액을 편취하는 등 '실거래가상환제'를 악용(거래액의 10~40% 수준 수수료 수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40일 이내에 대급을 지급받지만 간납사는 공급업체에 최소 90일에서 최대 450일까지 대금 지급을 지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운전자금이 시장에 유보돼 영세한 의료기기 업체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세금계산서 발행 없이 미리 제품을 납품하고 병원이 사용한 만큼만 대금을 결제하는 '가납' 관행을 강요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른 재고 관리, 유통기한 관리, 분실 및 파손(손망실)에 대한 책임을 공급업체가 떠안고 있다. 업계 추산 약 6000억원 규모의 가납 재고가 병원에 쌓여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거래가 구두 계약으로 이뤄지거나 공급업체의 의무만을 강조하는 불공정한 약식 계약서로 체결되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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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8.29 calebcao@newspim.com |
배 교수는 "간납사에 의한 유통구조 문제는 결국 혁신적인 의료기기 개발 지체로 연결되고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로 인해서 국민 건강보험 재정 누수까지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의료기관 개설자, 그 임원 및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학나 사실상 지배하는 간납사와의 거래 금지 조항 신설) ▲대금 결제 기한 명시 ▲표준계약서(대금 지급 조건, 재고 관리 책임 소재, 담보 설정 등) 의무화를 제안했다.
그는 "의료기관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기기 제조 및 수입 업체는 이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정보 수집 보고를 통해서 시장 감독에 협력해야 하고 특히 간납사는 물류나 재고 관리 등 의료기기 밸류 체인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제공자로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