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정상회담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3자 회담이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could be)"고 답했다.
앞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부다페스트를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 1순위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비밀경호국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정부와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는 것이다.
![]()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최종 개최지는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모스크바를 선호하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를 추천했다. 오스트리아 역시 직접 유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걸려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ICC 회원국인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 회담이 열릴 경우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는 외교 방문에는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지만,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전력이 있어 푸틴 입장에선 부담이 남는다. 오스트리아도 ICC 회원국이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반면 헝가리는 올해 4월 ICC에서 탈퇴를 선언했고, 러시아와 에너지·금융 등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푸틴 입장에선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공식 탈퇴 효력은 유엔에 통보한 시점에서 1년 뒤에 발생하므로, 현재는 탈퇴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다.
부다페스트는 우크라이나에 매우 불편한 장소가 될 수 있다.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영국·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국경을 보장하는 대가로 핵 포기를 이끌어 낸 이 합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 서명국 어느 누구도 우크라이나에 대응할 군사력을 제공하지 않았다. 합의가 깨진 장소에서 다시 회담을 연다는 점에서 상징적 불신이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튀르키예처럼 이미 러·우크라 실무협상이 진행된 곳이나, ICC 회원국이 아닌 카타르 등이 보다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자 정상회담은 우선 예정된 러·우크라 양자 정상회담이 성사돼야 열린다. 양자 회담이 2주 안에 열릴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로 실제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간 관세 갈등과 관련해 "현 상태가 꽤 잘 작동하고 있다"라며 "중국과 매우 좋은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11월 이전에 다시 만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1월까지 '90일 관세 휴전'을 연장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제네바 회담에서 한 차례 휴전에 합의했고, 지난 7월 말 스웨덴에서 추가 회담을 가진 바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