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변호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몇 편 방영되고 있다. 그 중 '서초동'은 '굿파트너'에 이어 현직 변호사가 직접 극본을 집필한 두 번째라고 해서 흥미롭다. 이전의 법조 드라마와 조금 결이 달라서 "슬기로운 의사 생활"과 비슷하게 "슬기로운 변호사 생활" 느낌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이런 드라마가 방영되면 으레 친구들로부터 "이번에는 좀 실제랑 비슷한 부분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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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민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서초동'은 아무래도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작품이라 그런지 보통 상상하는 재판의 모습과 실제 재판의 모습이 다르다는 점을 초반부에 잘 그려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신입 변호사가 법정에 처음 출석하여 호기롭게 "존경하는 재판장님!" 을 외치면서 앞으로 나오니 재판장님은 심드렁하게 "자리에 앉아서 변론하세요"라고 말하거나 "여기, 증인을 데려왔습니다!"하고 방청석을 가리키니 "증인신청서 써서 제출하세요"라고 말하는 부분 등이 그렇다.
대개 소송을 처음 경험하는 의뢰인들은 재판에 처음 참석해보고 실망하시는 경우가 많다. 으레 드라마에서 하듯이 멋진 변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증인신문 기일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재판 진행 시간이 매우 짧고, 다음 기일까지 진행은 어떻게 할지, 증거 신청은 무엇을 할 것인지 등 절차적인 면을 정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서면에 기재한 주장을 구두로 설명할 시간은 많지 않다. 쟁점이 복잡한 사건의 경우 PT 변론을 요청해서 3~40분 정도 PT를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모든 사건이 그렇지는 않다.
실제와 드라마가 다른 점을 몇 가지 더 짚어보자면, 증인신문이나 변론을 할 때 지정된 좌석을 벗어나 법정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신문을 하는 경우는 없다. 질문 자체는 날카롭더라도 검사, 변호사 모두 자리에 앉아서 신문을 하며, 증인에게 서류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원본 확인까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물화상기 등을 이용해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판결의 요지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법으로 규정된 형사 사건과 달리, 민사 사건의 경우 판결의 주문만을 읽고 판결 내용은 판결문에 담겨 당사자에게 송달되는데, 아무래도 드라마에서는 판결문을 보여줄 수는 없고 누군가의 입을 빌려 그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야하므로 민사 사건이라도 판사가 판결문을 설명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변론을 마친다고 하고 바로 판결을 선고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실제와는 당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선후배들, 혹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고증을 철저히(?)해서 드라마를 만들면 현직인 사람 외에는 재미가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내용으로 구성하면 시청자들로부터 핍진성 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게 마련이니 어떤 분야로 극을 쓰든 작가들로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약 10년 정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드라마로 구성할만큼 극적인 사건이 있었나 자문해보기도 하는데, 그렇지는 않지만 내 나름으로는 긴박했던 순간들, 전전긍긍했는데 다행히 승소한 사건에 대한 기억, 대법원 상고심까지 수 년에 걸쳐 진행되다가 끝나서 후련함을 느꼈던 사건에 대한 기억 등이 있어서 간혹 되돌아볼 때가 있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대단히 화려한 장면이 없더라도 하루하루 성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결국 정도(正道)가 아닐까 싶다.
법무법인(유) 화우 강민화 변호사
- 2016-현재 법무법인(유한) 화우
- 2016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6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13 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
- 2008 뉴질랜드 Papanui High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