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완화하며 미 국채 약세
채권시장, FOMC 및 분기 국채 발행 계획에 촉각
달러인덳, 1% 넘게 오르며 이달 강세 추세 이어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합의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을 낮췄다. 미 달러화는 이달 강세를 이어갔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동부 시간 오후 3시 56분 기준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장보다 2.8bp(1bp=0.01%포인트(%p)) 상승한 4.414%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전장 대비 1.1bp 오른 3.928%를 가리켰다. 30년물은 3.1bp 전진한 4.960%를 나타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양측의 무역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EU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는 15%로 결정됐다. 이는 최근 미국 측이 통보한 30%보다 낮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산 석유와 가스, 원자력 연료, 반도체 등 전략적 구매에 7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6000억 달러는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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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브린 모어 트러스트의 짐 반스 채권 담당 이사는 "주말에 체결된 무역 협정은 투자자들이 실제로 매매에 활용할 수 있는 첫 번째 합의였다"며 "아무도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이 소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주식시장은 상승 출발했으며 채권 수익률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합의는 시장의 일부 불확실성을 줄였고 이는 더 큰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29~30일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세 영향 및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평가에 집중돼 있다. 30일 공개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시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니코 애셋 매니지먼트의 내오미 핑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채권시장은 연준의 조치와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후속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FOMC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쪽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대로 성장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모두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시장은 FOMC가 향후 금리 인하에 점점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은 30일 공개되는 재무부의 분기 국채 발행 계획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재무부가 단기 및 장기채 발행 규모를 당분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분기 국채 발행 계획 발표에 앞서 이날 재무부는 3분기 차입 필요 예측치를 1조70억 달러로 지난 4월 전망치보다 4530억 달러 증액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로 2023년 7~9월 분기보다 소폭 적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액의 대부분이 부채한도 왜곡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재무부는 이달 초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한 후 주요 현금 계좌에 여유 자금을 구축하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 잔액은 4570억 달러였으며 9월 말에는 이것이 8500억 달러로 늘 것으로 예측됐다.
재무부는 4분기(10~12월) 순 시장성 부채로 5900억 달러를 차입하고 현금 잔액을 8500억 달러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 달러화 가치는 미국과 EU의 무역 합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미국 동부 시간 오후 3시 44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1.04% 오른 98.67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화 가치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가파른 강세를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1.29% 내린 1.1591달러, 달러/엔 환율은 0.59% 오른 148.55엔을 각각 나타냈다. 영국 파운드화는 미 달러화 대비 0.62% 하락한 1.3354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면서 약해졌던 달러화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코프의 유진 엡스타인 북미 구조화 부문 대표는 "4월 초 혹은 '해방의 날' 즈음으로 되돌아가 보면 전반적인 흐름은 새로운 무역 체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자산을 매도했었다"며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어느 정도 정상화로의 회귀와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발표된 무역 합의 결과에 상대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내용이 담기면서 미 달러화 강세를 촉발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웰스파고의 아루프 차터지 전략가는 "EU와 합의는 지속적인 무역 평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비대칭적인 '합의들'을 감안할 때, 실제 관세는 나머지 세계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