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명가치를 고려한 교통사고비용 추정방법론 개선 연구' 발표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사고 사망자에 의한 '고통비용'을 9.7억원으로 조사
2013년 대비 3배 증가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지난해 기준 교통 사망사고로 인한 고통의 크기를 금전적으로 계산하면 약 10억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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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DP(국내총생산)와 교통사고 사망자로 인한 고통비용 간 관계. [자료=한국교통연구원] |
28일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로 인한 '고통비용'이 약 9억7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1997년부터 매년 한국 도로교통사고비용을 추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로교통사고 사상자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교통사고는 사상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고통을 준다. 사상자는 치료과정에서 육체적 고통을 경험하며, 치료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상자를 지켜보는 가족도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겪는다. 고통비용은 이처럼 교통사고로 사상자와 가족이 겪는 육체·정신적 고통을 화폐단위로 측정한 값을 말한다.
고통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기에 그 값을 매기기 어렵다. 경제학에서는 고통과 같은 비시장재의 가치를 추정하기 위해 조건부가치추정법(CVM)을 사용한다. 연구원은 한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교통사고 사상확률을 줄이기 위해 추가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조사했고, 그 금액을 토대로 교통사고 사상자 본인과 가족이 겪는 고통비용을 합산했다. 여기서 사망자는 교통사고로 30일 이내에 사망한 사람, 중상자는 교통사고로 3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연구원이 2013년에 조사한 교통사고 사망자 한 명의 고통비용은 약 2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결과 대비 세 배 이상 낮았다. 10년 사이에 생명에 부여하는 가치가 증가했고, 이전에는 제외됐던 교통사고 사상자 가족의 고통도 함께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과 소득수준이 비슷한 일본의 2014년(48억9000만원) 기록이나 스페인의 2015년 수치(19억1000만원)보다는 작다. 네덜란드는 2020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한 명에 대해 약 84억원의 고통비용을 책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통비용이 교통안전 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 내 편익 측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교통안전 사업으로 사망자가 감소하면, 감소한 사망자 수에 고통비용 원단위를 곱해 경제적 이익(편익)을 추정한다. 낮은 고통비용을 사용할 때보다 높은 고통비용을 사용할 때 편익은 늘어나므로 고통비용의 수준에 따라 교통안전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올라가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영찬 연구원장은 "고통비용은 다수의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하며 그 값이 너무 작으면 국민의 안전은 그만큼 멀어진다"며 "고통비용은 국민의 안전이 최소한으로 보장될 수 있는 수준만큼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