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SBI, OK-상상인·페퍼 등 빅딜…KBI, 라온저축은행 인수 승인
금융당국 규제 완화에 물밑 매각 지속…"속도는 기대보다 더뎌" 시각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올해 들어 저축은행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단 1건에 그쳤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벌써 4건의 인수전이 가시화되며 업계 구조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온저축은행 인수 승인을 받았다.
라온저축은행은 경북 구미에 위치한 자산 1247억원 규모의 중소 저축은행으로 지난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이후 민간 기업에 매각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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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스핌 DB] |
인수자인 KBI국인산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 611억원, 순이익 318억원을 올린 중견기업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25년 만에 금융업 재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처럼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저축은행이 민간기업에 성공적으로 인수된 사례가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시장 자율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한층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부진과 차주 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건전성이 약화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 안국·라온저축은행 등에 경영개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라온저축은행 인수 승인 관련 "향후에도 경영개선 명령을 받은 저축은행들이 신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면밀히 관리하고 시장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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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사진=상상인저축은행] 2024.09.09 ace@newspim.com |
업계 1~2위권의 '빅딜'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인수를 발표했고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과의 인수 협상을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 중이다. 여기에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이로써 지난해 단독 인수 1건(한화생명-한화저축은행)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최소 4건 이상의 인수가 확정 및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시장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전체 인수전의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적기시정조치를 받지 않았지만 경영상황이 열악한 하위 저축은행들에 대한 인수 협상은 여전히 '물밑 접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동일 대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저축은행 수를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확대했고 한시적으로 BIS 비율 11% 이하 또는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저축은행까지 M&A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는 등 제도적 장벽을 완화했다. 하반기에는 영업구역 규제 완화 등 추가 개편도 예고돼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을 갖춘 민간 기업이 지방 저축은행에 신규 진입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고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이를 두고 M&A가 본격화됐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더 많은 자본 유입과 시장 재편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