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온열질환 산재 승인 지속 증가
예방 위해선 작업 중지 법적 근거 필요
폭염수당 제도화…임금 손실 방지해야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온열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노동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폭염이 심각해질 때 작업을 중지하고 '폭염수당'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폭염 속 온열질환 예방 국회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노동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 폭염 심각…온열질환 산재 승인 지속 증가
폭염이 심각해지면서 노동자의 온열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질병청 온열질환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2023년 응급실에 방문한 온열질환 환자는 2818명 중 실내 발생자의 42.6%, 실외발생자의 58.3%가 일하다가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 산재 승인 현황도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5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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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고용부도 폭염대책을 시행하는 등 노동자 안전 보호에 나섰다. 고용부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되는 작업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의무화했다.
민 의원은 "7월 7일 구미 건설 현장에서는 한낮 38℃ 속에서 23세 이주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했고 고양시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정리하던 노동자도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이제 폭염은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근로자가 온열질환에 걸리는 이유가 다양하다. 기온과 습도, 직업, 냉방장치 접근성 열돔으로 인한 고온에의 노출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외에도 연령과 동반 질환, 임신, 투약 인지기능 이상, 장애, 사회적 고립, 이동 제한 등 개인적 요소와 빈곤, 인종차별, 리터러시(문해력) 등 사회문화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김인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는 "농어촌에서 제일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인지 기능에 이상이 있으신 분들이 (온열질환) 위험 수준이 높다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되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원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국민들도 온열질환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실질적 작업중지와 폭염 수당 도입해야"
전문가는 노동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휴식 및 작업 중지 기준을 법제화하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은영 변호사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특정 지역에 작업 중지 조건이 발생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세중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폭염기에 사업주가 나서서 작업 중지를 시켜야 한다"며 "사업주가 현장 곳곳에서 온습도를 측정해서 바로바로 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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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폭염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땀을 닦고 있다. 2024.06.19 pangbin@newspim.com |
특히 전문가는 휴식과 작업 중지로 인한 임금 손실을 방지하고 '폭염수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변호사는 "폭염으로 인한 휴식이나 작업 중지는 기후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안전조치이므로 노동자의 임금 손실을 방지할 입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장기간 폭염으로 인한 임금 저하가 우려되는 업종에 대해 폭염수당 지급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특고 노동자 중에 폭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기후재해수당이나 고용보험의 기후 실업급여 등을 마련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도 "그 명칭을 무엇이라 하든 임금 보전 없이는 어떤 건설현장 폭염대책도 부족하다"며 "퇴직공제부금이나 실업급여, 지자체 재난 수당을 (임금보전을 위해) 활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