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 로드맵 앞세워 일등주의 중계 방송
패널들도 일등을 향한 방법론 제시에 급급
상위 1%만을 위한 자녀 교육 프로그램 의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는 '일등주의'다. 모두가 일등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일등이 아니면 곧 죽음인 사회를 만들어간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일등을 양보할 수 없다면서 달려든다.
부모도 학생도 일등에 목숨을 걸다보니 모든 것이 일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급기야는 서울대를 10개 만들겠다고 주장해온 교육자가 교육부장관에 지명되기도 했다. 그 실효성이야 두 번째로 하더라도 모두가 불가능한 주장이라는걸 알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서울대를 없애겠다는 얘기인데 그게 과연 단기간에 가능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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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2'. [사진 = 채널A] 2025.07.09 oks34@newspim.com |
요즘 방송 중인 교육예능은 대놓고 일등을 부추긴다. 겉으로는 자녀 교육 로드맵을 제공하는 에듀 관찰 프로그램을 표방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2'에는 고작 10살 나이에 고3 수능 수학문제까지 풀어내 부모님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IQ143의 도전학생이 등장한다, '수학 1타 강사가 등장하여 수학 사고력 테스트에 돌입한다. 아이는 영재 중에서도 특별한 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방송에서 4세 고시, 7세 고시, 초등 의대반이 소개된다. 4~5세 유아영어학원, 초1 미국 초3 교과서 선행, 초2 학군지 수학학원 입학시험 응시, 초5 고난도 국어학원 입학시험 응시 등 상상하기 힘든 고시반들이 즐비하다. 상위 1%를 위한, 일등 중의 일등을 만들겠다는 극단적인 교육환경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노출된다. 3MC인 전현무와 한혜진, 장영란도 상위1%에 들기를 희망하는 자녀를 위해 출연한 학부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tvN STORY와 the LIFE 채널의 공동 제작 예능 '일타맘'도 일등주의를 위한 1%만을 위한 교육을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일타맘'은 상위 1% 엄마들의 초특급 시크릿 전격 공개 및 일타맘 군단이 입시 전문가와 함께 시청자들이 보낸 사연을 듣고 자녀 교육 로드맵을 제공하는 에듀 관찰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아이비리그, MIT, SKY, 의대 등 자녀의 명문대 입시를 성공시킨 일타맘들이 출연한다. 여기에 현역 학부모인 MC 백지영, 장성규, 김성은이 출연하여 일타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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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tvN STORY와 the LIFE 채널의 공동 제작 예능 '일타맘'. [사진 = tvN, the LIFE] 2025.07.09 oks34@newspim.com |
지난 방송에서는 영재 교육을 받으며 국제중학교 입학을 준비 중인 아이가 사춘기와 함께 성적이 급격히 떨어져 고민에 빠진 의뢰인이 등장한다. 7세에 해리포터 원서를 완독하고, 전국수학학력경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일 뿐만 아니라 예체능까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아이의 다재다능함에 패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부 대화'에 지친 아이와, 소통에 답답함을 느끼는 엄마의 모습 등 '열정 퀸' 엄마와 섬세한 사춘기 아이 사이의 온도차에 잦아진 갈등 상황이 포착된다.
아이와 학부모를 위한 상담프로그램을 지향한다지만 국제 중학교에 대한 A to Z를 샅샅이 알려주고, 일반 중학교와 국제 중학교의 차이, 국제 중학교 입학 준비, 국제중 영어 캠프 등 '일타맘'에서만 들을 수 있는 '알짜 정보'를 공개한다. 방송을 시청하는 모든 학부모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상위 1%이거나 상위 1%를 열망하는 학부모나 학생을 위한 가이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송의 예능은 대치동 학원가를 위한 예능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고, 많은 학부모들에게도 전파된다. 그렇다면 현재 방송되고 있는 교육 예능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지 들여다봐야 한다. 상위 1%의 반대편에는 언제나 99%의 사람들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