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정말 안 할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었어요. 군대 전역 후 첫 작품이었는데 대본을 보자마자 눈에 밟히더라고요."
2012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2'로 데뷔해 같은 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JJ 프로젝트로 활동한 후 2014년 갓세븐으로 활약했던 박진영이 군대 전역 후 첫 작품으로 tvN '미지의 서울'을 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한 이번 작품에서 변호사 '이호수'를 연기하며 섬세한 감정선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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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진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5.07.02 alice09@newspim.com |
"정말 저희 모두 진심을 다해 촬영했어요. 그런 작품이 큰 사랑을 받게 돼 감개무량하죠. 12부라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16부였다면 지금까지 '미지의 서울'을 볼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고,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런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해요."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박보영)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이다. 여기서 박진영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열ㄷ 번의 수술을 거쳐 간신히 생명은 건진 이호수를 연기했다. 한 쪽 귀는 들리지 않고, 다른 한쪽은 돌발성 난청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변호사로 어엿하게 성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글이 너무 위로가 됐어요. 호수라는 캐릭터가 뒤로 갈수로 눈에 밟히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첫 미팅 때 감독님이 호수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주셨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 빛이 날 인물이라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듣고 더 끌리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군 전역 후 불안함이 있었는데 감독님과 박보영 선배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중 호수는 어린 시절부터 사고로 인해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는다. 고교 시절에는 예민함의 극치였지만, 성장하면서부터 비교적 자신의 결함에 무던하게 바뀐다. 하지만 여전히 조용하고 내성적인 면은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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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진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5.07.02 alice09@newspim.com |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호수라는 인물이 굉장히 말이 없고 조용해 보였어요. 호수는 스스로를 장애와 비장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경계인'이라고 느끼는데 그걸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호수가 갖고 있는 작은 핸디캡을 크게, 과장해서 표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주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 이 핸디캡을 갖고 어떻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릴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럼에도 변호사가 됐다는 건 그걸 잘 극복했다는 반증으로 봤어요. 또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핸디캡으로 피해를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캐릭터를 구축할 때 하나의 포인트가 됐죠."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호수는 돌발성 난청이 다시 생기고, 첫사랑 미지와 긴 시간이 지나 다시 재회하지만 자신의 핸디캡으로 피해가 될까 거리를 둔다. 자신의 감정을 항상 억누르고 자제하는 인물이다 보니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 또한 드물다.
"저도 모르게 촬영하면서 답답했나 봐요. 어느 순간 텐션을 조금 올렸는데 감독님이 '이건 호수같지 않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다시 초반에 잡았던 차분한 호수를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오히려 더 재미있더라고요(웃음). 감정 표현을 할 법도 한데, 이렇게 누를 수도 있다는 게 재미로 느껴져서 나중에는 오히려 더 표현을 안 하려고 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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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진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5.07.02 alice09@newspim.com |
지난해 11월 만기 전역한 박진영은 올해 바쁜 활동을 하고 있다. 미리 찍어놨던 영화 '하이파이브'가 개봉했고, 올해 초에는 드라마 '마녀'로 대중과 만났다. 그리고 전역 후에 처음으로 찍은 '미지의 서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군대라는 1년 반의 공백이 있다 보니까 연기에 대한 감이 떨어졌을 까봐,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 '미지의 서울' 촬영에 들어갔어요. 보영 선배도 그렇고, 감독님도 실수해도 괜찮은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저를 호수 그 자체로 봐주시는 걸 보고 편안해지더라고요. 긴장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편안하게 해주셔서 빨리 적응했던 것 같아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열일 행보를 하고 있는 박진영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군 전역 후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던 만큼 그는 "순탄한 사랑을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미지의 서울' 속 호수와 다르게 텐션 있고 에너지를 주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일단 사랑에 순탄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하하. 호수와 미지도 서로의 마음을 알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마녀'에서는 사랑을 찾다가 마지막 화에 손이라도 한 번 잡았잖아요. 아픈 사랑을 많이 해서 평이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