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대러 제재 강화, 印의 對美 무역 흑자 축소 노력에 올해 美산 원유 수입 늘어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 상원이 발의한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에 대한 500% 관세 법안이 정식 발효될 경우 중국보다 인도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인도 비즈니스 투데이(BT)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Rapidan Energy Group)의 밥 맥널리 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중국보다 제재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인도가 중국보다 러시아로부터 훨씬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제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NP 파리바의 알도 스파니어 수석 상품 전략가 역시 "(러시아산) 대부분의 원유가 인도 정유업체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에 (제재가)인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4월 러시아산 원유와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500%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러 제재 법안을 발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자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상원의원 총 100명 중 82명이 초당적으로 동참한 가운데 발의된 법안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에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싼 가격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관세 위협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중국과 인도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500% 관세 부과 법안을 발의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법안의 주요 '타깃'으로 인도와 중국을 명시적으로 지목했다"고 짚었다.
인도는 원유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BT에 따르면, 지난해 4~11월 원유 수입의 88%를 수입에 의존했고, 인도가 수입하는 원유의 약 40%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176만 4000배럴로, 인도 전체 수입량의 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들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감소한 반면, 미국산 에너지 구매는 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인도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대미 무역 흑자 축소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시장 분석 기관인 케이플러(Kpler)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2월 하루 148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전월의 167만 배럴 대비 11% 이상 감소한 것으로, 1월 수입량이 전월 대비 13% 증가한 뒤 2월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FT는 "인도의 올해 1~4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산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감소한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약 120% 증가했다"며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에 대응한 결과 5월에는 미국산 원유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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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생산 설비 [사진=로이터 뉴스핌]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