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내란 재판서 증언…"계엄사범 체포명단으로 이해"
"이상하다 느꼈지만 계엄 선포 직후 문제제기 어려웠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14명을 잡아서 지하 벙커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다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검거에 집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방첩사 간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의 9차 공판을 열고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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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사진=뉴스핌DB] |
김 전 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45분경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 국수본에 100명을 요청했으니 빨리 파견받아서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첩사는 매년 두 차례 계엄이 선포될 경우 합수본을 구성해 계엄사범을 체포하는 연습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명단을 보여주고 받아적으라고 해서 받아적었고 인원들에 대해 '어디가 좋을까,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로 하면 되겠다. 일단 그쪽으로 이송해라'고 지시했다"며 "그 과정에서 '위치는 경찰 쪽으로 요청해야겠다' 혼잣말 정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여 전 사령관이 14명을 불러주면서 합수단이 구성되면 출동시켜 수방사 B-1 벙커로 이송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받아적은 명단이 기억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이재명, 한동훈 등이었고 대부분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 조사 당시 기억나는 명단으로 이재명,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방송인), 우원식(국회의장), 박찬대(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 14명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14명을 체포하라고 했나'라고 다시 물었고 김 전 단장은 "잡아서 이송하라고 했다"며 "합수단이 계엄사범을 체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포해서 이송하라는 뉘앙스로 알아들었고 그 명단이 계엄사범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직접적으로 '체포'라는 단어를 말한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전 단장은 체포 지시로 이해했다는 취지다.
김 전 단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14명에 대한 혐의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혐의는 나도 모른다'고 해 합수단을 구성하고 있으면 나중에 다시 (지시가) 내려올 것으로 추측했다"며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군 통수권자였던 대통령이 언론매체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합법적인 절차로 내려오다 보니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방첩사 수사관들이 국회로 출동하던 중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3명 검거에 집중하라'고 다시 지시했고 이를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 등에게 하달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이 '방첩사가 이송만 한다면 검거 지시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하자 "출동 나가라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기 때문에 임무도 이송으로 바꾸고 제 나름대로 조치하면서 법무 질의도 했다"며 "체포하지 않고 이송만 하겠다고 하면 나중에 항명해야 하는 결과가 생기기 때문에 '이송만 하겠다'는 보고도 안 하고 그냥 '3명에 대해서 (이송)하면 된다'고 다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