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기본형·프로 나눠 출시
생산·출하 시점 조정 불가피
하반기 폴더블이 빈자리 채울듯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애플이 내년부터 아이폰 신제품을 연 2회에 나눠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부품·디스플레이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금까지 하반기 한 차례 몰아치던 대규모 출하가 상·하반기로 분산될 경우, 핵심 협력사들의 생산 계획과 매출 인식 구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 18 시리즈부터 제품 출시 전략을 변경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매년 9월 기본형과 프로, 프로맥스 모델을 동시에 공개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상위 모델과 하위 모델을 시차를 두고 상·하반기로 나눠 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상·하반기 모델 간 사양이 달라질 경우, 국내 부품·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급 점유율도 변동될 수 있다. 또 출시 주기가 두 차례로 늘어나면 애플 입장에선 공급사를 다변화하고 유연하게 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더 커진다. 출하 일정이 분산되면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 주요 부품군의 양산 승인과 품질 평가 일정이 각각 분리되기 때문에 신규 공급사 투입이나 공급 구조 재편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 디스플레이 업계 "中 진입 가능성↑…수율 평준화는 긍정적"
출시 전략 변화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디스플레이 업계다. 애플은 최근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BOE 등 후발 업체와의 거래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되는 전체 아이폰 OLED 패널 중 삼성디스플레이는 50%, LG디스플레이는 30%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5~20% 정도는 BOE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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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삼성디스플레이 신사옥 'SDR(Samsung Display Research)'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일각에서는 출하 시점이 나뉘면서 라인 가동률 평준화와 수율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프로·프로맥스 모델에 더해 애플의 첫 폴더블폰과 슬림형 모델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부가 패널 중심의 하반기 물량은 일정 수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로 빠지는 기본형 물량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폴더블과 프로 모델이 하반기 물량을 일부 메워줄 것으로 본다"며 "다만 LTPO 패널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기·LG이노텍 부품사 실적 패턴도 흔들
애플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등 주요 부품사들도 출하 구조 개편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아이폰16 시리즈에 고성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을,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인 등을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애플향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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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마곡 본사. [사진=LG이노텍] |
출시가 상·하반기로 나뉘면 부품사 입장에선 공급 타이밍, 생산 캘린더, 재고 운영 전략 전반을 손봐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지금까지는 애플 신제품에 맞춰 2분기에 생산을 집중하고 3분기에 매출을 인식하는 '상저하고' 실적 구조가 정착돼 있었지만 향후에는 분기별 수주 분산으로 실적 흐름도 바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출시 전략을 바꾸는 건 단순한 마케팅 변화가 아니라 전체 협력사 밸류체인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 이슈"라며 "내년부터는 '3분기 실적 집중 구도'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