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수도 부산' 육성 차원...직원 반대 넘어야 할 산
두 배 높아진 몸값에 매각 난항...글로벌 본업 경쟁력 키워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부산 유세에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옛 현대상선)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언급, 실현 가능성에 해운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 후보는 HMM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언급했지만, 서울의 HMM 직원들 대부분은 반대하는 상황이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부산 발전 공약으로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국가기관과 해운 산업 유치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업무 대부분이 해양 수산인 해양수산부는 부산에다 옮기고 북극항로가 열리기 전에 정부가 직접 지원해서 해운 전·후방 산업을 키우겠다"며 "가장 큰 해운회사 HMM이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해양 수도 부산' 육성 차원...직원 반대 넘어야 할 산
HMM 본사 부산 이전 얘기는 하림그룹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직후인 지난해 2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져 나왔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해양 수도 부산' 육성을 위한 차원에서 해양수산부와 함께 HMM도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지지부진하자 대안으로 해수부와 HMM을 유치하자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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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
HMM은 과거 현대상선 시절 한진해운과 함께 국내 대표적 해운사였다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잠식에 빠져, 산업은행 주도로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지분이 70%가 넘는다. 부산 이전은 산업은행보다 해진공의 입김이 좀더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HMM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했지만, HMM 직원 1800여명 중 900여명인 서울 사무직 중심의 HMM육상노조(민주노총 산하)는 부산 이전에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반면 배를 타는 선원 노조가 민주당 선거대책위 산하 북극항로개척추진위원회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일부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관계자는 "(본사 이전 관련) 직원 동의는 전혀 없었고 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장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직원들 반대로 난관에 부딪히자 '꿩 대신 닭' 격으로 HMM 부산 이전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란 이유에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의 골자가 상장회사에 대해 대주주·경영진이 일반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인데, HMM 본사 이전이 실현되면 HMM 일반주주의 이익이 늘어나나, 아니면 침해되나"라고 썼다. HMM 본사 이전이 일반 주주의 이익과는 상관 없다는 비판이다.
◆ 두 배 높아진 몸값에 매각 난항...글로벌 본업 경쟁력 키워야
해운업계도 본사의 부산 이전보다는 머스크나 MSC 같은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하기 위한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역시 지난 달 미국에서 열린 기자단담회에서 "HMM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회장이 HMM 지분 매각 검토 의지를 밝힌 이유는 HMM 주가에 따라 산은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3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자금 조달 문제로 결국 매각이 무산된바 있다.
당시 매각 대상은 HMM 지분 57.9%(약 3억9879만주)였으며, 매각가는 6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 기관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지분율은 71.69%까지 늘었고, 시가총액 기준 매각가는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HMM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유일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